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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헌재, 임성근 탄핵심판 사건 준비기일 마쳐… 소추사유·증거채택 놓고 팽팽한 공방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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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심판 사건의 청구인측 대리인 송두환 변호사(왼쪽)와 피청구인측 대리인 이동흡 변호사가 2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변론준비기일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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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이 24일 진행됐다.


헌법재판소는 변론준비기일을 이날 한 차례로 마무리하고 임 전 부장판사의 수사·재판기록 등 증거 제출이 마무리되면 변론기일을 열어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소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사건 심리에 앞서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이 제출할 증거 목록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재판 관여 행위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 및 임기만료 후 탄핵심핀의 이익 유무… 쟁점 정리

이날 준비기일에는 이번 사건의 주심 이석태 재판관과 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이 참석해 이영진 재판관의 진행 아래 이석태 재판관이 재판의 쟁점 정리를, 이미선 재판관이 증거 정리를 각각 맡아 진행했다.


국회 소추위원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국회 일정으로 출석하지 못한 가운데 청구인측 대리인으로 대리인 단장 역할을 맡은 송두환 변호사(전 헌법재판관)와 양홍석·이명웅·신미용·김용기 변호사가 출석했다.


피청구인인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으로는 이동흡 변호사(전 헌법재판관)와 윤근수·강찬우·김소연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먼저 쟁점 정리에 나선 이석태 재판관은 청구인측이 제출한 소추의결서에 따른 소추 사유를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청구인측은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오승환과 임창용의 도박 혐의 사건 ▲쌍용차 집회 과정에서의 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혐의 사건 등 3건의 재판에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한 것이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의 원리, 제7조 직업공무원 제도, 제12조 적법절차의 원칙, 사법권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제101조 및 제103조에 위반된다는 점을 소추사유로 기재했다.


또 판결이 선고된 후 판결문을 등록하기 전에 판결문 내용을 수정하도록 한 체포치상 사건 재판 관여 행위는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하여야 한다'고 재판의 불가변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8조(재판서의 방식)에 위반된다는 점도 소추사유에 포함시켰다.


청구인측은 비록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 만료로 법관의 신분을 상실했다고 해도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수호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본안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임 전부장판사 측은 ▲야구선수 도박 혐의 사건과 관련해 이미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았고, 징계처분 이후에 같은 사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해 파면결정을 할 수 없게 된 이상 심판청구 이익이 소멸돼 본안심판을 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쟁점 정리 과정에서는 임 전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했던 2015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지시에 따라 다른 판사들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소추사유와 관련 청구인측과 피청구인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청구인측이 임 전 부장판사가 수석부장판사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실질적으로 재판의 결과나 내용이 바뀌도록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 반면, 피청구인측은 "임 전 부장판사가 담당재판장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이유 등 일부 판결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 게 아니라, 뭔가 부적절한 면이 있는 거 같으니 다시 한 번 검토해보라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또 "피청구인이 직접 재판에 개입했다거나 재판 결과를 유도했다는 소추사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한편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국회 소추사유 요건과 관련 "직업공무원, 적법절차, 법관의 독립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위배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체포치상 혐의 재판 관련 형소법 제38조에 반하는 행위라는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 윤근수 변호사는 "법원 실무에 비춰보면 재판의 불가변력을 정한 형소법 제38조에 반하지 않는다"며 "판결 원고를 등록하더라도 선고하고 원고를 만들어놓은 상태라도 (판사가) 수정하고자 하면 수정해서 등록하는 게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법원 실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몇 년의 기간을 조사했는지 모르지만 (유사 사례가) 4000여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동흡 변호사 역시 "판결 원본은 종이에 도장 찍은 게 원본이지 (전산상) 등록하는 판결은 원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피청구인 측은 "법관도 대통령처럼 헌법이나 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 탄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측 송두환 변호사는 "사실관계가 어떤 헌법, 어떤 법률 위반에 해당되는지는 소추의결서가 전체적으로는 잘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각 개별 사유가 어느 법률 위반인지 충분히 담기지 않아 대리인단이 추가 검토 중"이라며 "전체적인 동일성을 흐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다. 나중에 정리해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방대한 사건 기록 정리해 증거제출 필요한 상황… 3주 이상 소요 예상

쟁점 정리에 이어 진행된 증거 정리 과정에서는 이번 탄핵사건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기록과 수사기록을 어떤 식으로 법원과 검찰로부터 송부받아 헌재에 제출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먼저 이미선 재판관은 청구인측이 지난달 준비서면과 함께 제출한 증거목록을 토대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공소장과 판결문, 징계처분 관련 기록, 전국법관대표회의 관련 기록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서울중앙지검과 법원에 기록인정등본송부촉탁을 전달했지만 아직 이에 대한 허부(허락 혹은 불허)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이미선 재판관은 검찰 수사기록 중에는 임 전 부장판사와 관련이 없는 기록들이 상당히 많고 지금 법원에 증거로 제출돼 있는 만큼 먼저 법원의 재판 기록을 보고 수사기록 열람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측 송 변호사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 사실관계 전반에 걸쳐 다툴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수사기록을 받아서 검토하는 건 필수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 측 이동흡 변호사는 "평가의 문제지 사실관계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송 변호사는 "3건 중에 (사실관계가) 크게 차이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고 받아쳤다.


양측은 현재 임 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된 법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청구인측은 일단 6명이 증인을 신청한 상태로 알려졌다.


피청구인측은 일부 증인들에 대해서는 이미 형사재판에서 자세한 증인신문이 진행됐으며,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는 다른 증인들을 헌재에서 먼저 신문하는 것은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측 송두환 변호사는 "저희 입증계획은 재판 중간에 기습적으로 (증인을) 신청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며 "증인신청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미리 밝히고 형사사건기록을 입수해서 이 정도 진술 외에는 나올 게 없다고 생각되면 불필요한 증인 신청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피청구인측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 중 특정 연구회 출신 회원 명부, 임원진 등 간부 구성 등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청구인측 송두환 변호사는 "직권 결정에 따르겠습니다만, 이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닌 거 같다는 의견만 내겠다"고 전국법관회의 관련 자료의 증거 채택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피청구인측은 "소추의결서에 '전국법관회의에서도 탄핵이 필요하다고 의결이 됐다'고 기재돼있기 때문에 여기 구성이 어떻게 된 것이냐가 의미가 있다"고 입증취지를 밝혔다.


청구인측은 증거로 제출한 판결문 중에는 비실명화 된 것들이 있다며 필요한 경우 실명 판결문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선 재판관이 "촉탁절차 진행해서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묻자 청구인측 송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빨리 결정해주시면 복사에 4~5일 소요될 것 같다"며 "요즘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법원실무관들이 일일이 비실명화 작업을 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예측이 어렵지만 빨라도 3주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법원에) 기록송부촉탁을 했는데 19000쪽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검찰 쪽은 20만쪽이 넘어서 그걸 다 보내려면 트럭이 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헌법기관이 지휘해서 법원에 기록인정등본송부촉탁을 하면 즉각 등사해서 인증해서 보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현실은 헌재 정식 공문이 가도 다시 신청을 한 대리인에게 복사 신청을 별도로 하게 해서 허부결정을 하고 그것도 신속하게 안 해주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혹시라도 헌재에서 꼭 신청한 어느 일방 당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헌재의 업무 정상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독촉의 입장을 한 번 전달해주시면 신청인 측의 입지가 강화돼 신속한 진행에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재판부에 도움을 청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부적법 지적이 있는 것도 알고 있고 가급적 빨리 (심리를 진행)하자는 생각"이라며 "준비기일 계속하고 하는 것이 본안 위해 미리 정리한다는 건데, 증거를 내야 할 수 있는데 어려울 거 같아서 오늘로써 변론준비기일 절차는 종료하고 여러 증거는 서류로 내주시면 받아 보고 바로 변론 열어서 진행하는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의견서 제출 놓고 공방… 헌재 앞 '탄핵소추 인용 촉구' 기자회견

준비기일 말미 피청구인측 이동흡 변호사는 이달 초 참여연대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를 문제 삼았다.


헌재법이나 헌재규칙상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해관계인의 의견진술을 듣거나 공공기관이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탄핵심판에서 공공기관도 아닌 사적인 단체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다.


특히 이 변호사는 "헌재는 헌법과 다른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규칙제정권이 있는데 헌재법의 하위 규칙을 해석하면서 모든 헌재 심판 절차에서 의견서를 낼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모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강조하며 "헌재가 단호하고 분명한 견해를 밝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이에 대해 청구인측 송 변호사는 "어떤 특정한 소송사건이나 헌법재판 사건에 있어서 법령상 의견제출권이 규정된 경우도 있을 것이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해서 누구도 의견을 제출할 수 없다고 보긴 어렵고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 단체가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참여연대의 의견서 제출은 소추위원 대리인들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참여연대 의견서를 얼마만큼의 무게로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다. (의견서를) 읽으면 안 된다거나 읽고서 결정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봐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송 변호사의 주장에 이동흡 변호사는 "모든 사건에 의견서를 낼 수 있는지는 입법례에 따라 다 다르다"며 "우리 헌재법을 만들 때 국회에서 논의가 됐는데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에서만 의견서를 내는 것으로 범위를 좁혀 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헌재의 변론준비기일이 시작되기 전 참여연대가 주축이 된 '사법농단 시국회의'는 헌재 정문 앞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인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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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법농단 시국회의'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인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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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정리되면 변론기일 열기로… 헌재 결정 형식과 내용 주목돼

임 전 부장판사는 형사재판 1심에서는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국회는 그의 재판 관여 행위가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지난달 4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국회가 탄핵심판을 청구할 당시 현직 판사 신분이었던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임기가 만료됐다.


임 전 부장판사가 법관 신분에서 벗어난 만큼 헌재가 탄핵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더라도 '판사 임성근을 파면한다'는 형태의 탄핵심판 인용 주문을 내기는 어려워진 상황인 것.


다만 헌재가 사건을 각하하지 않고 변론기일을 열기로 한 이상 '각하' 주문을 내면서 결정이유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였음을 선언하거나, 결정의 효력을 임 전 부장판사가 퇴임하기 전 시점으로 소급하는 등 방식으로 본안판단을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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