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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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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경선 때 수강신청 받고 첫 수업날 ‘후보 확정’되자 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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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업권 침해’ 논란

한겨레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중구 광복로 입구에서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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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교수였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당 경선 기간에 2021학년도 1학기 수업을 개설한 뒤, 당 후보 확정 발표가 나자 돌연 사임했다. 강의는 폐강되거나 다른 강사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대 안에선 “박 후보가 최대한 교수직을 틀어쥐고 선거를 치르려다 학생들의 수업권만 침해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소속 교수 신분이던 박 후보는 지난달 2021학년도 1학년 강의로 석사과정 강의 ‘세계정치와 한국’과 박사과정 강의 ‘해외직접투자의 정치경제세미나’를 개설했다. 수강신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열흘동안 받았다. 수강신청을 받던 시기는 당 예비경선을 통과한 박 후보가 다른 예비후보자 3명과 함께 최종 경선을 벌이던 때와 겹친다.

첫 수업이 열린 지난 4일은 공교롭게도 박 후보가 부산시장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날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선자발표대회에 참석한 뒤 오후에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수업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가 맡았던 박사과정 수업은 급히 다른 교수로 교체됐고, 석사과정 수업은 폐강됐다. 그러자 다음날인 5일 부산울산경남민주화를위한교수연구자협의회(부울경민교협)·동아대민교협·포럼지식공감 등 동료 교수들이 공동성명을 내어 박 후보를 ‘폴리페서의 교과서와도 같은 인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9일 박 후보는 교수직을 사임했다.

박 후보와 함께 일했던 한 교수는 <한겨레>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로도 버젓이 1학기 수업을 하겠다고 강의계획서를 올렸다.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 어떻게든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사이 학생들의 수업권은 완전히 짓밟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대의 한 관계자도 “부산시장이 될 때까지 한 학기 최소한 꼭 해야 되는 두 개의 수업을 개설해 교수 신분을 유지하려다 동료 교수들의 비난에 학기가 시작된 뒤에 무리하게 사임했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 쪽은 이미 지난달 28일자로 사임해, 이후 폐강 등 학교 행정 절차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캠프 관계자는 “2월28일 이전부터 박 후보는 계속 사임 의사 밝혔는데, 학교 쪽에서 만류했다. 그렇지만 대학원의 책임교수한테 전달을 부탁하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2월28일과 3월1일이 휴일이라 전달을 못하는 바람에 늦어진데다 학교 양식에 맞춰 다시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아 개강일이었던 3월2일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학교 쪽은 “면직계가 최종 결재된 날은 3월9일이다. 다만, 발령일자나 면직일자 등은 학기 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2월28일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폐강은 인원 미달 등 다른 문제도 있었고, 박사 강의는 다른 교수가 곧바로 맡아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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