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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최고금리 인하에 금소법까지…저축은행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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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내리는 ‘대부업법 및 이자제한법 시행령’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저축은행업계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후속조치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개정 표준약관에 따라 2018년 11월 1일 이후 체결·갱신·연장한 계약에도 인하한 최고 금리 20%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사라질 이자수익이 수천억원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에 타격을 받으면 저축은행은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신용자에게 이전보다 돈을 적게 빌려주거나, 원금 손실 가능성을 평가하고 연체율을 관리할 더 깐깐한 척도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3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대형 저축은행은 전날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금리 인하 충격에 대응할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조선비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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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업계는 최고 금리 인하가 문재인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이미 전체 평균 대출금리는 20% 밑으로 맞춘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16일 발표한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 실태 및 대응 뱡향’에 따르면 저축은행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현재 17.7%로 전년 동기(19.4%) 대비 1.7% 하락했다.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하면 2020년 말 17.0%로 전년 동기(18.0%) 대비 1.0%P 내렸다.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 전 24%에 맞춰 대출을 받은 저신용자에 대해서도 최고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금리를 내려주는 ‘소급적용’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연 20% 초과 ~ 24% 이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형저축은행들은 이자 수익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업계 3위권인 웰컴저축은행은 연 20% 초과 ~ 24% 이하 대출이 지난해 10월 기준 24.95% 수준이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도 22.71%로 비중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5개 저축은행이 운영하는 105개 신용대출 상품 중 일부 등급에서 20%가 넘는 금리를 적용한 상품은 3분의 1인 31개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35개 주요 저축은행 가운데 절반이 넘는 20곳이 연 금리 20%를 초과하는 대출을 취급했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대출 이자를 최대 4%포인트(P) 줄이면 상위 10개 저축은행에서 사라지는 총 이자수익이 못해도 5000억원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당장 저축은행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험한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최고 금리 인하로 31만6000명이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 중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책이 강화되면 개인 금융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부실 채권 회수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자나 대출 기업 재산권에 대해 은행이 행사하는 담보권 범위가 좁아지면서 부도시 원금 회수 난이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점이 2~3군데에 그치는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당장 바뀐 금소법 적용에 필요한 새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저축은행중앙회는 당국이 부여한 6개월 유예기간 동안 중·소형 저축은행이 금소법을 추진·감독할 수 있도록 부서나 시스템 마련을 돕겠다고 밝혔지만, 세부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일선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상품 설명고지·소비자 동의 같은 판매절차가 늘어나는 만큼 전산과 서류상 추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준법감시본부나 금융소비자보호팀 같은 대규모 조직개편도 필요하다"며 "유동 인력이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코로나 시국에 대출 수요는 느는데, 최고금리 인하와 금소법 적용에 동시에 대응하려니 업무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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