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성장 둔화’보다 ‘방어’ 주목
내수·통신장비 경쟁력 덕분 평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정보기술(IT)기업인 화웨이가 의외의 성적표를 내놨다.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해에도 매출이 한 해전보다 늘어났다. 풍부한 내수 시장이 매출 방어의 버팀목이 된 데다 통신장비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한 덕택으로 보인다. 다만 화웨이 주력 사업의 한 축인 스마트폰 부진은 이어지고 있는 터라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화웨이가 31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한 해 전보다 3.8% 늘어난 8914억위안(한화 약 153조5천억원)이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3.2% 증가한 646억위안(11조1천억원)이다. 2019년 매출 증가율(19.1%)에 견주면 성장 속도는 크게 둔화한 셈이다.
하지만 시장과 업계의 평가는 ‘성장 둔화’보다 ‘매출 방어’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주력 사업군인 스마트폰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매출 감소 전망이 애초 많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 켄 후 화웨이 순환 회장도 이날 “미국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소폭의 성장을 이룬 것은 공급망의 다각화와 지속적인 기술 혁신 투자 확대 덕분”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의 선전 배경은 중국 내수 시장과 통신 부문의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지난해 상반기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중국은 비교적 회복 속도가 빨랐다. 내수 비중이 큰 화웨이로선 여타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충격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중국 정부와 통신사들의 지원으로 5G 및 사물인터넷(IoT) 장비 부문에서 선전하며 전체적인 매출이 상승했다”며 “LTE 장비보다 5G 장비의 가격이 높은 것도 매출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화웨이의 자체 분석도 비슷하다. 켄 후 회장은 이날 발표회 뒤 질의응답에서 “지난해 단말기 부문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이룬 매출이 65% 이상 차지했다”며 “스마트폰을 제외한 다른 단말 부문에서 크게 성장한 것도 스마트폰 하락을 대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화웨이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거보다 지난해의 중국 내수가 해외 등 다른 시장보다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통신장비 부문의 가격·기술 경쟁력도 미국 제재 충격을 줄여준 원인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현재 전 세계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1.4%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화웨이는 이날 부쩍 ‘1+8+N’ 전략 등 사업 다각화를 강조했다. 미국 제재 장기화에 따른 근본적 해법을 신규 사업에서 찾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1+8+N’ 전략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티브이나 태블릿, 피시 등과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단말에 적용하는 것이 뼈대를 이룬다.
같은 맥락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도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출시가 최근 선보인 성과 중 하나다.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등을 포괄하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부문’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무려 23%에 이른다. 하지만 시장에선 화웨이의 미래에 비관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성장률이 높은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부문의 매출은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군의 부진은 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강경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까지 화웨이의 중국 시장 실적은 (미 제재에 따른) 해외에서의 매출 감소를 만회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그 흐름이 본격적으로 꺾이고 있다”며 “올해엔 미 제재 충격이 어느 정도 (영업 실적에서)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4.7 보궐선거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