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發 투기 대책 토지 거래 막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땅투기 의혹에 놀란 정부가 재발방지를 위해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민간 토지거래 규제도 주택거래 수준으로 강화키로 했다. 2년 미만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세율을 주택수준으로 올리고 주택처럼 LTV(담보대출비율)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지난 달 29일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일각에선 투기꾼 잡으려다 토지 거래를 다 막아버리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것이다.

대책에 따르면 2년 미만 단기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부터 10∼20%포인트 상향한다. 1년 미만 토지 양도세율은 50%에서 70%로, 2년 미만은 40%에서 60%로 인상한다. 1억원에 매입한 토지를 1년 갖고 있다 2억원에 팔아 1억원의 차익을 낼 경우 별도 세액 공제가 없다면 700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 시 중과세율은 현재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2배 올린다. 최대 30%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없애고 . 주말농장용 농지도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한다.

토지를 새로 매입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가계 비주택담보대출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고, 일정 규모(1000㎡ 또는 5억원 이상)의 토지를 살 때는 주택처럼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정부가 공익사업을 위해 비사업용 토지를 수용할 때 적용하던 중과세 배제와 양도세 감면 혜택도 줄어든다. 현행 감면율은 10~40%로 연간 1억원, 5년간 2억원 한도다. 이미 보유한 토지 중 사업용 토지로 간주해 중과세에서 배제하던 비사업용 토지 범위는 '사업인정 고시일로부터 2→5년 이전'으로 요건을 강화한다.

법 시행 이후 신규취득 토지 중 양도시점 기준으로 비사업용 토지인 경우는 취득 시기와 상관 없이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양도세 감면 혜택도 없어진다.

비농업인이 농지를 취득하는 예외 사유도 엄격히 제한하고 부정 신고시 과태료 500만원을 매기는 규정을 새로 만든다. 신규취득 농지에 대한 지자체 이용실태조사를 의무화하고, 농업법인은 설립시 사전신고를 하도록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농지든 임야든 본래의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은 개발 이익이나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노리는 일종의 투기 행위로 봐야 한다"면서 "여기에 양도세를 많이 매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책은 토지를 부당하고, 탐욕스럽고, 비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면서 "공직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제는 땅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LH해법에 하위 공무원까지 포함

정부는 투기 방지대책에서 재산등록 대상을 9급 모든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과 토지거래 시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대책 발표 직후 하위 공무원들은 반발했다. 고위 공무원들이 사고 치고, 책임은 서민층 하위 공무원들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 전원(공무원·공공기관)은 인사혁신처에 재산을 등록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재산등록 대상이 종전 23만명에서 30만명 내외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사처 재산등록자 외 전체 공직자는 소속 기관에 재산을 자체 등록해야 한다. 약 130만명이 등록 대상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는 직무 관련 소관 지역 부동산 신규 취득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토지개발·주택건설 관련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직계존비속 포함)이 대상이다. 소관지역 부동산 취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에 신고하도록 한다. 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신속히 입법화 해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벌칙을 강화할 방침이다.

매일경제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H 직원의 투기 의혹처럼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경영평가 등급도 하향 조정한다. 과거 부정사례 등이 적발될 경우 등급을 조정하고, 임직원 성과급을 해당 결과에 연동해 지급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기존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다. 공공기관·지방공기업 경영평가 때 윤리경영 지표 배점도 확대한다.

이에 대해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9년말 기준 국가·지방직 공무원 111만명, 공공기관 직원 41만명 등 152만명의 부동산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인다. 여기에 이들의 가족까지 더하면 전 국민 약 10%의 개인정보가 권력기관의 손에 들어간다.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설립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도 '빅브러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전 국민의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작 이번에 문제가 된 투기 대상은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일반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더 옥죄는 꼴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4대 교란행위 형사처벌 강화

4대 시장 교란행위는 고의성, 중대성,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 부당 이득액에 비례해 가중처벌한다. 4대 교란행위는 비공개 및 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해 투기하는 행위, 가장 매매·허위 호가 등의 시세조작행위, 허위 계약 신고 등 불법중개 및 교란행위,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아가는 불법전매 및 부당 청약행위다.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시장 교란 범죄 행위자는 일정 기간 유관 기관 취업, 공인중개사 등 관련 업종 인·허가를 제한한다. 미공개 정보 이용 관련해선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업무 관련으로 정보에 접근한자, 정보를 받은 제3자도 처벌 대상에 추가한다. 미공개 정보 활용 투기가 확인된 LH 직원은 파면·해임한다.

4대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부동산 거래질서의 심각한 훼손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될 경우 부당이득액의 3~5배를 환수한다. 보상비를 노리고 과도하게 식재된 수목은 보상에서 제외하고, 정상적인 범위내에서 식재된 수목도 최소 수준으로 보상할 계획이다.


LTV 규제 비주택담보대출로 확대…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어쩌나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비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키로 했다.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토지와 건물 등을 담보로 한 비주택담보대출은 규제가 느슨해 LH 사태가 빚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대출 규제를 피해 아파트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로 내 집 마련에 나서려던 2030세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비주택담보대출 대상에는 토지, 상가, 오피스텔, 농기계, 어선 등이 있다.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의 LTV는 40~70%다. 시중은행은 내규 등으로 비주담대 LTV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통상 60% 내외다.

비주담대 LTV 규제가 토지에 국한되지 않고 상가, 오피스텔 등에도 적용되면 상업용 부동산으로 사업자 대출이 가능한 상가보다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오피스텔의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파텔(아파트 구조의 오피스텔)'로 불리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대출조건 등 규제가 적어 자금 여유가 없는 2030대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대안으로 여겨져왔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의 40%밖에 안나오지만 주거용 오피스텔 구입 시에는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아파트 청약 시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내 집 마련 후에도 꾸준히 아파트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수요층이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1~2월 오피스텔 거래량은 전년 동기 63건에서 2배 증가한 124건을 기록했다.


토지 거래가 사실상 멈출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해 토지 거래가 사실상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도권보다는 지방 토지시장이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토지 거래에 대해 일괄적으로 투기 대책을 적용하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토지 거래가 급감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실제 필요에 의해 토지를 산 사람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5년이 안 돼 되팔 수도 있는 것인데, 법령상으로는 투기꾼이 되는 것"이라며 "투기를 잡기 위한 대책은 타깃을 정밀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해서 전 국민이 투기 대책의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는 아파트와는 다르게 환금성이 낮아 수도권, 광역시 등 일부를 제외하면 오히려 값이 내려가거나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규제로 실사용 목적의 토지 거래가 얼어붙는 것은 물론 앞으로 수도권과 지방 토지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모든 거래에 투기 대책을 적용하기보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 지역을 지정해 투기 세력을 차단하도록 그 안에서만 중과세율 등을 적용한다든지 대책을 더욱 정교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책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이 대책엔 차명 투자를 적발할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투자의 상당수는 차명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인은 차치하더라도 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사돈 관계 등도 적발에 한계가 예상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직원들이 토지 거래를 전부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실상 차명 거래나 제3자를 통한 매입 등까지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내부 정보를 활용한 사전 투기를 차단할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작 그렇진 않으면서 정상적인 토지거래만 경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강화된 법이라면 차명거래에 대한 입증 강화 등이 수반됐어야 하는데 그런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대책으로서 효과가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근원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일부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투기행위에 나서지 않게 될 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국민감정만 보고 쫓기듯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다면 추후에 그 대책은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