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 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5차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1.4.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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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입양아동 정인양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정인양의 복부를 발로 밟아 숨지게 했다는 의견이 또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7일 오후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5회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마지막 증인인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가 증언대에 설 예정이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 교수는 정인양 사인 재감정에 참여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대신 검찰은 감정서를 통해 정인양의 복부 손상과 관련한 이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정인양은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돼 10월 서울 양천구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는데 사망 당일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 교수는 "(장씨의 주장대로) 아이를 흔들다가 팔에 힘이 빠져 의자에 떨어뜨렸다면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번 경우처럼) 장간막이 파열되고 췌장이 절단됐는데도 복부 피부에서 별다른 출혈이 보이지 않았다면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감정서에서 밝혔다.

앞서 4회 공판에서도 또 다른 법의학자인 유성호 서울대 교수가 증인으로 나와 장씨가 정인양의 복부를 발로 밟아 숨지게 했으며 사망 가능성 또한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교수는 "정인양은 적어도 2회 이상 배를 밟혔으며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은 서로 다른 밟힘에 의해 따로따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두나 슬리퍼가 아닌 맨발로 밟았거나 양말을 신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일어나려면 주먹을 뒤로 뺐다가 힘껏 내지르거나 손바닥을 높게 들었다가 강하게 내리쳐야 하는데 장씨가 유방수술 등으로 팔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어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았다.

이 교수는 정인양의 겨드랑이에서도 학대 흔적이 발견된 사실을 거론하며 "실제 겨드랑이를 맞아보면 팔이 떨어져 나가는듯한 고통이 느껴진다"며 "말로 표현 못 할 고통 때문에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장씨가 정인양을 딱딱한 물체로 때리다가 피가 흐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유연한 물체로 바꿔 때렸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정인양이 손바닥으로 귀를 맞아 외이도 출혈이 있었다고도 했다. 손톱을 세워 피부를 긁거나 목을 조르거나 여러 차례 '꿀밤'을 때렸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 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5차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1.4.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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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정인양 몸에 있는 상처들은 넘어지는 사고로는 발생하기 어렵고 고의적인 외력이 있어야 한다"며 "정인양은 심한 고통과 행동 제한이 있었을 테지만 변변한 치료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16개월 정인양은 사망 당일 몸무게가 9.5㎏에 불과해 유니세프 모금 광고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과 흡사했다"며 "영양실조가 심해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를 발로 밟아도 죽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정상 성인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씨 측 변호인은 살인의 고의가 없고 정인양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살인 혐의와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장씨는 다른 혐의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발로 밟은 사실은 없다고 극구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장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과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아동학대가 심화한 양상, 욕구 충족을 우선시하는 특성, 욕구 좌절시 충동 조절이 어려운 점,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점 등을 보면 장씨는 향후 살인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재범위험성은 '중간'으로 평가돼 높지 않다"며 "장씨가 어린 아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지만 재범을 저지를 기회나 가능성은 없다"며 재판부에 기각을 요청했다.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 내내 장씨와 안씨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장씨는 정인양 학대 영상이 재생될 때 눈을 질끈 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대 장면에 분노한 방청객들은 눈물을 터뜨렸다.

장씨 등의 1심 재판은 14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출석하지 않은 이 교수를 재차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이후 증거조사 및 장씨와 안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거쳐 검찰은 최종의견과 함께 구형량을 밝힐 계획이다. 1심 판결선고는 5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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