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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택배노조 “단지 내 택배차 출입금지는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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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한 아파트 통제조치에

“노동 강도 높아지고 안전 위협

철회 않으면 입구까지만 배송”

‘지상 출입금지’ 전국 170여곳

세계일보

지난 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후문에 지상주차통제 안내문만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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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제한으로 언덕을 넘어 배송 중인데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미끄러져 다쳤습니다.”(택배기사 A씨)

“아파트 앞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문제도 큽니다. 도로에서 분류작업을 하다 보니 위험도 감수해야 하죠.”(택배기사 B씨)

최근 일부 아파트단지 내 택배 차량의 출입이 금지된 이후 택배기사들이 겪게 된 애로사항 중 일부다.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아파트 측이 정한 조치가 택배기사들에겐 노동 강도를 높이고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서울 강동구 C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내 택배 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약 5000가구 규모인 C아파트는 이달 1일부터 택배 차량이 단지 내 지상도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대신 기사들이 손수레를 이용해 각 세대에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노조는 “손수레를 쓸 때 배송시간이 3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물품 손상 위험도 커진다”며 “저상차량에서는 몸을 숙인 채 작업해야 해 허리는 물론 목, 어깨 등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이 더욱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8일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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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측은 지난 1년간 유예기간을 줬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사전 논의가 없는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택배노동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택배사와만 논의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허용하는 대신 추가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방식을 아파트 측이 고수한다면 14일부터 이곳을 ‘개인별 배송 불가 아파트’로 지정해 아파트 입구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가 택배기사 2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170여개의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28명(54.7%)은 ‘손수레로 택배상자를 배송한다’고 답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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