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로 지난해 매출 3%대 성장 그쳐
반도체 공급난도 화웨이 제재 탓
스마트폰 위기, 다른 단말기로 대체 승부수
"한국서는 디지털 뉴딜서 좋은 제품으로 기여"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 /화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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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같은 기업에 제공할 (통신장비용) 반도체 양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반도체가 많이 필요한 스마트폰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스마트폰 외 단말기에서 이런 어려움을 만회하려는 ‘1+8+N’ 전략을 추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13일 국내 미디어를 상대로 온·오프라인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제재, 반도체 공급난 등에 따라 스마트폰 생산을 위한 반도체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폰을 포함하는 컨슈머비즈니스그룹은 화웨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 중 하나다. 1+8+N의 1은 스마트폰, 8+N은 PC, 태블릿PC, 웨어러블 디바이스 같은 다른 단말기를 뜻한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벌던 매출 구조를 시장 수요에 맞게 다변화해 메워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지난 9월 15일부터 발효된 미국발 3차 제재에 따라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 기술·장비를 이용해 미국과 제3국에서 생산된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수급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애플과 함께 ‘글로벌 3강’이었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최근 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할 수 있다는 설(說)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송 사장은 "스마트폰 외 단말기 판매량이 늘고는 있지만, 희망하는 것은 미국이 하루빨리 화웨이 제재를 철회해 글로벌 공급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2020년 8914억위안(약 15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것이다. 송 사장은 "미국 제재가 없었다면, 매출 성장세가 이처럼 한자릿수대에 그치진 않았을 것인 만큼 실질적으로 미국 제재가 경영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라며 "한 기업이 제재를 받게 되고 연쇄적으로 관련 공급업체들이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악순환이 생겨 현재의 반도체 부족 문제도 일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국들이 반도체 공급을 위해 재료, 디자인, 패키지 등에 1만달러에 달하는 초기 투입비용을 쏟아붓고 있고 이렇게 되면 반도체 가격은 30~65% 상승하게 된다"라면서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최종 고객뿐 아니라 산업계에도 갈 수밖에 없는 만큼 화웨이는 향후 한국, 일본, 유럽 같은 반도체 선진국과 협력해 글로벌 산업 체인을 형성해 이런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손루원 한국화웨이 CEO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화웨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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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화웨이를 이끌고 있는 손루원(孙鲁源)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구매하는 큰손이기도 하다. 지난 5년간 누적 구매액이 37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중 디지털뉴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먹거리를 확보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손 CEO는 "한국판 뉴딜 중 디지털뉴딜은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등을 통해 비대면(언택트) 분야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는 것"이라면서 "화웨이의 좋은 제품·솔루션을 공급해 기여하는 것이 우리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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