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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구겐하임 미술관 만든 92세 거장 “이제야 하고 싶은 것 맘껏 할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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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프랭크 게리, NYT 인터뷰

“너무 바빠서 은퇴할 시간도 없어”

LA필하모닉 기숙사 설계, 6월 완공

중앙일보

92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 건축계의 거장 프랭크 게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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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의 나이에도 프랭크 게리는 너무 바빠서 은퇴할 시간도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게리와의 인터뷰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건축가’(미국 잡지 배니티 페어)인 게리는 NYT에 “이제서야 자유를 만끽하며 눈치를 안 보고 내가 하고픈 걸 맘껏 하는데 나이가 들었다고 그만둘 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게리는 코냑 브랜드의 병을 디자인하거나, 환경주의자들의 반대에도 로스앤젤레스 강변 개발을 통해 도시 재생 사업을 하고 있다. NYT는 “게리는 어떤 타협이나 협의도 없이 그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게리에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은 만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참된 재미”라고 전했다.

그는 사회 정의에도 관심이 많다. NYT는 “게리에게 사회 정의 구현이 중요하다는 영감을 준 것은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공 음악 교육 프로젝트인 엘 시스테마”라고 전했다. 엘 시스테마는 경제학자이면서 오르간 연주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1975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빈민층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한 무상 교육이다.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이 교육 시스템을 통해 범죄가 아닌 예술의 길을 택했으며, LA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같은 스타의 산실이 됐다. LA필하모닉은 두다멜이 주축이 돼 청소년 교육 기관을 운영 중인데, 이곳의 학생 기숙사를 설계해주겠다고 자원한 사람이 게리다. 오는 6월 완공 예정이다. LA필하모니 측은 NYT에 “게리가 디자인한 건물은 마치 ‘아름다움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은유 같다”고 말했다.

게리는 건축 패러다임을 바꿨다. 직선이 지배하는 건축계에서 곡선을 강조한 건물을 짓고, 콘크리트의 건축이 상식이 되자 티타늄(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도입했다. 골판지를 구부려 의자를 만들거나, 폐허에서 뜯어낸 철조망과 함석판으로 자신이 사는 집 ‘게리 하우스’를 지으며 상식을 파괴해왔다.

게리의 실험 정신 덕에 쇠락해가던 빌바오는 관광객이 가봐야 하는 명소로 거듭났고, 뉴욕시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 세계인들이 찾는 장소가 됐다. 그는 2012년 서울 종묘를 찾아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이 왜 아름다운지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이런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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