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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가치투자 운용사, 'ETF, TDF' 안할수도 없고..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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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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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는 자산운용사들이 'ETF'(상장지수펀드)와 'TDF'(타깃데이트펀드) 출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치투자와 ETF, TDF 상품 성격에 차이가 있어 선뜻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게 가치투자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하지만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이들 상품으로만 돈이 몰리다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의 상품 출시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도 무시할 수 없다.

1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연초이후 ETF(국내·해외주식)에 4조8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 한달동안에도 1조3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는 연초이후 5588억원, 최근 한달간 1조1031억원의 자금이 각각 빠져나갔다. 92개의 가치주펀드 설정액도 꾸준히 줄고 있다. 1년동안 3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연초이후 9071억원, 6개월 동안 1조7169억원의 유출됐다.

가입자의 목표 은퇴 시기에 맞춰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 자산의 비중을 조정해주는 TDF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TDF 순자산은 2019년 3조3338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 4월 9일 현재 6조750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ETF, TDF 시장이 커지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이 너도나도 관련 상품을 내놓는데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가치투자는 기업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주식에 투자해 올랐을 때 팔아 수익을 얻는 투자방법이다. 운용사가 운용과정에 일부 개입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ETF 성격과 차이가 난다.

또 TDF의 경우 대부분 해외 운용사와 제휴를 통해 출시되고 있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방향과도 거리가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TDF의 경우 해외운용사의 자문을 받거아 제휴 형식으로 상품이 출시되는데 국내 가치투자운용사들은 직접 국내 주식에 투자해 오고 있다"며 "가치투자 운용사들이 해외 운용사 비이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운용사들보다 어려움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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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치투자 운용사(신영, 한국밸류, 메리츠)들도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ETF와 TDF 시장 진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국내 가치주 투자에 집중하는 신영자산운용은 액티브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ETF 별도 조직을 만들어 연내 주식형 액티브 ETF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또 해외운용사와 손을 잡아야 하는 TDF 상품에 반대해왔지만 지난 2월 TDF 상품을 출시했다.

메리츠자산운용도 액티브 ETF 상품을 출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ETF, TDF 상품 출시를 위한 제반 시스템 및 인력 확보 등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놓고 고민 중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TDF 시장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잇따라 신상품을 출시하며 고객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가치투자 운용사들이 ETF나 TDF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 구색맞추기식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으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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