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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실업선수 하키채 3개 부러지도록 맞았다"… 빙상계 폭력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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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스포츠인권 특별조사 결과 발표
빙상 실업선수 폭력 피해 비율 31% '타종목 2배'
"학생 선수는 아동학대 수준의 학습권·수면권 침해"
한국일보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인권위 제공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빙상계의 선수 폭행 및 인권 침해 문제가 다른 스포츠 종목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이런 구조적 폭력을 막을 종합대책 수립과 지도자 관리·감독을 위한 법률 개정을 관계 기관에 요구했다.

15일 인권위 스포츠인권조사단의 특별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빙상 종목 선수는 대학생 집단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타 종목 선수보다 높은 비율로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는 성폭력, 신체폭력, 언어폭력 등 인권위가 조사한 폭력 유형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업 빙상선수의 신체폭력 피해 경험 응답률은 31.2%로, 스포츠계 전체 응답률(15.3%)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한 빙상 선수는 인권위 면담에서 “한참 맞을 때는 아이스하키채 3개가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 20분 동안 락커룸에 갇혀 맞아본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학생 빙상선수의 학습권과 수면권이 침해되는 상황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학생 선수들은 매일 4~5시간 이상의 장시간 훈련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 성장기 청소년에게 필요한 수면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아동학대 수준의 인권 침해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런 문제가 구조적 요인으로 재생산된다고 봤다. 주요 원인으로는 △지도자의 특권 남용 △빙상계 내 위계구조 △성적 지상주의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과 묵인이 지목됐다. 조사 결과 일부 빙상 지도자들은 빙상장 독점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코치 및 선수 선발권과 실업팀 및 대학특기자 추천권을 무기로 전횡을 일삼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연맹 차원의 조치는 미비했다.

인권위는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에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대책에 포함할 주요 사안으로는 △선수·지도자 및 임직원의 인권 행동규범 마련 △대상별 인권교육 프로그램 및 모니터링 방안 마련 △과잉 훈련에 따른 선수 부상과 체력 소진 등 건강권 침해 예방 등을 꼽았다. 인권위는 또 학교 밖 ‘개인코치‘에 대한 관리·감독을 이행할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에게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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