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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아파도 돈 걱정 없이 회사 쉴 수 있을까 ... '상병수당' 도입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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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고 불편하다고 마음 편히 회사를 쉴 수 있을까. 회사 상사의 눈치도 눈치지만, 며칠 쉬면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데.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상병수당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상병수당 제도기획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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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36개국 중 한국만 없는 상병수당


업무상 질병을 얻었을 때 산업재해보험이 있다면,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계없이 질병이나 부상을 입었을 경우, 걱정 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일부 주뿐이다. 사실상 한국만 없다.

상병수당 도입 논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을 얻었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아프면 쉬라"고들 했지만, 아파서 쉬면 직장을 잃고 그로 인한 소득감소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생겼다. 백신 접종 후유증을 달래기 위해 백신 휴가제도 권고했지만, 이 또한 하루 쉬면 하루 벌이가 사라지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질병 제한 없되 '근로 무능기간' 인증 받아야


문제는 상병수당을 누가, 얼마나 아플 때,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지급하고, 그 재원 부담을 어떻게 할지다. 정부는 100년 이상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해 온 해외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상병수당제가 있는 OECD 34개국을 보면, 4개국은 조세, 28개국은 사회보험, 2개국은 고용주 부담 형태로 자원을 마련한다. 조세를 재원으로 삼는 호주 등 4개국은 의료보장제도 조세로 운영한다. 사회보험형 국가들 대부분 상병수당을 건강보험에 통합해 운영한다.

적용대상은 임금근로자에서 시작해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상병수당제 논의가 택배 노동자 등 노동취약계층 문제 때문에 시작된 한국에서는 비임금 근로자를 얼마나 포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질병의 유형이나 범위는 따로 제한하지 않되, 아프다고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별도 의료인증절차에 따라 '근로 무능기간'을 산정하고, 급여수급권이 생겨야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를 막고 있다.

내년 시범사업부터 시작


정부는 지난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한국형 상병수당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기고 이날 자문위를 통해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연구 용역에 따라 내년부터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정부는 3년여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헌주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첫 시범사업 대상은 지역이나 직업군 등으로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제도 도입이 늦은 만큼 준비 과정에서 당위성 못지않게 우리나라 사회정책보험이나 경제 상황 등에 맞춘 모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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