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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창업 10년 만에 나스닥 입성…동남아 택시 호출 서비스 ‘그래브’의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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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탄, 하버드 유학 중 벤처 경진대회용으로 사업 구상

말레이시아를 기반으로 동남아 장악하고 우버도 무찔러

396억달러짜리 기업합병 통해 나스닥에 화려하게 ‘입성’


한겨레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택시 호출 서비스 그래브를 10년만에 나스닥 등록 기업으로 성장시킨 앤서니 탄이 회사 창립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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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유학생이 10년 전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벤처 경진대회용으로 구상한 택시 호출 서비스가 지난 13일(현지시각) 396억달러(약 40조원)의 합병 거래를 통해 미 나스닥에 입성하기로 해 주목을 끌고 있다. 대성공 신화를 이끈 인물은 말레이시아 기업가 앤서니 탄(탄빙야오·39) ‘그래브’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앤서니 탄은 2011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벤처 사업 경진대회를 위해 동료 탄후이링과 함께 택시 호출 서비스 그래브를 구상했다. 이 서비스는 2009년 등장한 미국의 우버 서비스와 비슷한 것인데, 경진 대회에서 지원 대상으로 뽑혀 이듬해 6월 말레이시아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래브의 사업 구조는 우버와 다를 게 없지만,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사업 기반을 다진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14일 평했다. 탄은 택시 운전기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정착시켰다. 특히, 그래브가 기사·고객 등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 사업’이라고 내세우면서 중소 도시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2013년 8월 필리핀에 진출했고, 두 달 뒤에는 싱가포르와 타이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택시 호출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그래브가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우버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덕분이다. 우버는 애초 그래브를 크게 신경쓰지 않다가 뒤늦게 견제를 시작했지만, 5년 동안 이어진 경쟁의 승자는 그래브였다. 우버는 2018년 서비스를 그래브에 넘긴 뒤 동남아시아에서 철수했다. 앤서니 탄은 우버와 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직원들에게 “지역의 챔피언이 자신의 신념과 강점에 충실하게 사업을 이어가면, 결국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버와 경쟁에서 승리한 뒤 그래브는 택시 호출 외에 식품 배송과 택배, 모바일 결제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동남아시아 최대의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택시 호출 서비스가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그래브는 최근 미국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알티미터 그로스와 396억달러의 합병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또한번 화려한 도약에 성공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는 유망한 기업을 골라 합병하겠다는 목표만으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끌어 모으는 회사다. 투자자들로부터 ‘백지 위임’을 받은 뒤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유망 기업을 합병하면 회사 이름을 합병 대상 기업으로 바꾼다. 기업인수목적회사로서는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 이익을 얻고, 합병 대상 기업은 투자금과 증시 상장이라는 과실을 챙길 수 있다. 그래브의 경우, 알티미터와의 거래 덕분에 거액의 투자금과 나스닥 등록이라는 성과를 한꺼번에 챙겼다.

그래브의 사업 초기부터 이 회사에 투자한 싱가포르 벤처캐피털 버텍스의 추아키록 최고경영자는 “앤서니 탄은 해야 할 일에 초점을 정확히 맞추고, 결국 훌륭하게 일을 성공시키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벤처 경연대회에서 탄을 지도한 프랭크 세스피데스 교수는 “탄은 언제나 택시 호출 서비스를 넘어서는 거대한 사업을 구상해왔다”고 전했다.

앤서니 탄은 알티미터와의 거래를 성사시킨 뒤 “투자자들이 수익을 낸 뒤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보여준 만큼, 다른 창업자나 기업가, 지역에서도 거액의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의 동남아 사업 책임자 우스만 아크타르도 “그래브의 성공 사례는 단지 모험기업 차원에서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눈여겨보는 국제 투자자 차원에서도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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