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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아슬아슬 핵 협상… 이란 '마이웨이'에 美 "진지해져라"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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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2라운드 회의 앞두고 이란 60% 농축 강행
美국무 "합의 상호 준수를", 영·프·독 "무기용"
한국일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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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에 접어든 서방과 이란 간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살얼음 위를 걷는 형세다. 고농축 핵물질 생산을 지속하겠다는 이란의 ‘마이웨이’ 행보에 미국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 기자회견에서 “우라늄을 60% 농도로 농축하겠다는 이란의 발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란이 핵 대화에 진지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합의 상호 준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핵합의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E3)도 이날 공동 성명에서 “(60% 농도) 고농축 우라늄은 민수용이 아니라 무기용”이라며 “외교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 이란에 촉구했다.

이는 이란이 무기용 핵물질 생산 강행 의지를 피력한 데 따른 반응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첫날인 이날 TV 연설에서 “그들(서방)의 오만한 제안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복원 협상 첫 회의 때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 미국의 ‘우라늄 농축 중단과 동결 자산 일부(10억달러) 해제 교환’ 제의를 일축한 것이다. 하메네이는 연설 직후 트위터를 통해 “제재를 먼저 제거해야 우리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일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4일 수도 테헤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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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란은 핵무기에 한발 더 다가갔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각료회의에서 11일 공격으로 손상된 나탄즈 핵 시설의 IR-1 원심분리기를 성능이 더 뛰어난 개량형 IR-6로 교체하고 60% 농도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성명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배관 작업을 마무리 중이고, 곧 농축률 5%의 우라늄을 IR-6 원심분리기에 주입한다는 통보를 해 왔다고 밝혔다. 이란이 IR-6를 우라늄 농축에 사용하면 합의 위반이다.

빌미는 이스라엘이 제공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우라늄 농도 상향은 나탄즈 핵 시설을 공격한 악에 맞선 대응”이라고 말했다. 나탄즈 시설 공격 배후는 이스라엘이 유력하다. 이란이 지난해 말 우라늄 농축 수준을 20%로 상향할 때에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이 이유였다.

6~9일 1라운드 협상에서 서방ㆍ이란 양측의 의무 이행을 구체적으로 점검할 복수의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가동한다는 데에 합의한 핵합의 참가국 대표단은 15일 빈에서 협상을 재개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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