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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국 문화 전도사는 '부캐'…본업은 글로벌 투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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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마크 테토 TCK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이사(사진)는 한국 시장 전망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다이내믹 코리아'를 연발하며 강한 확신을 표했다. 그는 "한국의 숨겨진 힘은 도전 정신에 있다"면서 "특히 기민하게(agile) 혁신을 이어가는 반도체 등 한국 테크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 잘나가던 인수·합병(M&A) 전문가이자 투자자였던 그가 한국에 터를 잡고 10년째 머무르는 까닭도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방송인·인플루언서·한국문화 전도사 등으로 잘 알려졌지만 테토 대표 본업은 금융이다. 프린스턴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금융학 석사(MBA)를 취득했고 이후 기업 금융과 M&A, 프라이빗에쿼티(PE), 벤처캐피털(VC) 투자 부문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M&A와 기업 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삼성전자 M&A팀에 스카우트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가 올해부터 공동대표를 맡은 TCK인베스트먼트는 쉽게 말해 '죽은 돈(dead money)'을 굴려주는 일을 한다. 여기서 죽은 돈이란 가치가 상승하지 않거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자금 또는 투자를 일컫는다. 주로 기업이나 초고액 자산가들이 이 회사 고객이다. 기업 입장에서 필요 이상의 현금자산은 '죽은 돈'이 될 수 있기에 이를 활용해 적절한 수익을 내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테토 대표 본업이다. 위탁자산 규모는 2000만~5억달러로 천차만별이다.

테토 대표는 TCK인베스트먼트 설립자인 오하드 토포 회장 설득으로 이 회사에 합류했다. 토포 회장은 이스라엘 부호인 토포 가문 출신 투자자이자 기업가로 세계 메이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 마크스 회장과 함께 회사를 세웠다.

테토 대표는 "오늘날 한국 기업의 이윤 크기는 늘었지만 성장 속도는 느려졌기 때문에 쌓아올린 자산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경기 전망이 어두운 시기일수록 여유자금을 글로벌 시장에 분산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손실은 줄이고 적정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TCK가 제안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는 유동성이 높아 며칠이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라고 한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VC나 헤지펀드와 투자 접점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투자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유망 VC 펀드가 많지만 미국 내에서도 펀드에 들어가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보통 기회가 한국에까지 오기는 쉽지 않다"면서 "한국 고객에게 이러한 기회를 선별해 가져오려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더 많은 정보가 시장에 유입되고 투명성도 높아지는 가운데 양질의 정보를 취합·선별해 구성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받길 원하는 고객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개인투자자에게 전하는 테토 대표의 키워드는 '인내심'이다. 그는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에 진입하는 타이밍이 아니라 시장에 들어가서 쌓은 축적의 시간(It's not timing the market, It's about time in the market)"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투자 열기가 뜨거운 비트코인과 관련해서는 "TCK는 아직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변동성이 있지만 현시점에서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넣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토 대표는 '본캐(본래 캐릭터)'인 금융업 외에 '부캐(부캐릭터)'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한국 문화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한옥에 살며 한국 고가구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테토 대표는 한국 문화재 보존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9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외국인 최초로 '경복궁 명예수문장'에 임명됐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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