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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미국 유럽 2023년 백신 물량까지 싹쓸이…한국은 기약없는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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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시민단체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회원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실패와 낮은 접종률을 규탄하며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023년 화이자 백신 생산분까지 입도선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부작용 위험성에 덜 노출된 화이자 백신을 미리부터 선점하려는 조치다. 이는 향후 한국의 백신 추가 도입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백신 공급 계약이 올해분밖에 체결되지 않은 상태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백신 가뭄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 다급해진 정부는 오는 8월부터 국내 제약사가 새롭게 해외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 4~6월 해당 백신 5000만회분이 추가 배송된다고 밝혔다. 이 물량은 당초 오는 4분기에 공급될 물량이었는데, 이를 앞당겨 2분기까지 공급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를 상대로 2021~2023년 총 18억회분의 물량을 결정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EU 회원국 모든 성인에게 5회 접종할 수 있는 규모로, 올 하반기 새 공급 물량을 더해 후년 몫까지 조기에 계약을 마무리하겠다는 전략이다.

혈전 생성 위험성이 제기되지 않은 모더나 백신도 미국 정부가 미래 생산 물량을 싹쓸이할 태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에게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백신 6억회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내년 생산 물량까지 상당 부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내년 최대 생산 물량은 화이자(25억회분)보다 많이 적은 10억회분에 불과하다.

이처럼 2분기 국내 도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했던 화이자·모더나·얀센 3대 백신의 수급 흐름에 적신호가 켜지자 정부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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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15일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라며 "이에 따라 8월부터는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 팀장은 해당 국내 제약사와 생산할 백신 종류에 대해 "기업 간 계약 사항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새로운 백신 위탁생산 계획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함구해 시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한미사이언스 에스티팜 등 위탁생산(CMO) 계약 후보로 추정되는 제약 업체 주가가 장중 10% 이상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바이오 기업 휴온스는 한국코러스에 이어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에 가세하기로 했다. 휴온스그룹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은 국내 업체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보란파마, 휴메딕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측과 스푸트니크V 백신 완제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컨소시엄은 백신 제조 생산기술을 이전받아 오는 8월 시험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휴온스글로벌은 각 사 역량을 동원해 향후 월 1억도스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가 이날 "국내 제약사 중 한 곳이 해외에서 승인받은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며, 8월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대상 업체가 휴온스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 백신의 국내 도입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코러스에 이어 휴온스까지 스푸트니크V 생산에 뛰어들면서 러시아 백신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원 기자 / 고보현 기자 / 박윤균 기자 /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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