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독일서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자전적 진실 알릴 기회 제공"
"공식적 입장 있을 수 있어…일본 등 다른 목소리에 의견 밝힐 기회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고 공개증언에 나선 이후 이어진 시민사회의 해결노력이 '기억의 문화'로서 본보기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연합은 15일(현지시간) 일본궁으로 불리는 특별전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 1일까지 '말문이 막히다 - 큰 소리의 침묵'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연다고 밝혔다.
마리온 아커만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총재 |
마리온 아커만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는 아직 독일 사회에서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전시회가 개개인의 '자전적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루기 힘든 주제를 다뤘는데, 외부로부터의 반응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이와는 별개로 공식적인 입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 반응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전시회의 주제가 침묵인데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서 말하는 방식까지 규정했다는 게 흥미롭다"고 언급하면서 "공공플랫폼으로서 우리는 일본 등 다른 목소리에 의견을 밝힐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레온티네 마이어 판멘쉬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장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 기획전을 소개하면서 "'연대의식'에 기반한 기억의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한국에 갔을 때 나눔의 집 박물관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 자체는 물론, 세대를 넘어선 기억 작업과 교육과 중재의 중요성을 느꼈고, 박물관이 어떻게 특정한 주제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는지 보고 너무 감동받아 무언가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번에 이를 실현했다"고 덧붙였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처음으로 침묵을 깨고 공개 증언에 나선 이후 30년간 이어져 온 우리 시민사회의 국제적 연대활동을 보여주는 전시"라면서 "그동안 트라우마를 형상화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이를 '무언-다언'이라는 말로 집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라우마는 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그래서 여러 예술작업을 통해 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드레스덴 소녀상 제막식 |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박물관 안뜰의 소녀상으로 이동해 제막식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두 개의 소녀상이 전시됐다.
전시장 밖 박물관 안뜰에는 한국에서 공수된 청동 재질의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장 내부에는 이동식 소녀상이 각각 선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해결노력을 다룬 전시장에 들어서면 필리핀인 피해자인 리메디오스 펠리아스의 거대한 수예작품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펠리아스는 14세이던 1942년 필리핀을 침공한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가 된 뒤 겪은 고초와 목격담을 천에 적나라하게 수놓았다.
이어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증언 영상과 1944년 일본군 위안부의 기록영상 등이 전시됐다.
위안부 피해 문제 다룬 드레스덴 박물관 |
전시장 한가운데는 일본인 사진작가 야지마 츠카사가 찍은 위안부 피해자 6명의 사진이 이들이 일본군에 끌려간 경로, 부른 노래와 함께 전시됐다.
일본군에 끌려갈 당시 대부분 맨발이었던 피해자들의 신발, 그들의 잃어버린 꿈을 상징하는 나비도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공개증언을 시작으로 베를린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간 국제연대 활동의 역사가 피켓과 플래카드, 신문기사 형태로 전시됐다.
전시물은 대부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상설박물관을 운영하는 코리아협의회가 제공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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