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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겹규제에 수익악화…씨티은 한국 떠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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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씨티그룹의 국내 소비자금융 철수 결정은 초저금리와 금융규제 환경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 소비자금융에서 손을 떼고 철수하는 것은 2013년 HSBC코리아 이후 처음이다.

씨티그룹은 1967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으며 2004년에 한미은행을 인수해 지금의 한국씨티은행이 됐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전국에 있는 영업점 규모를 129개에서 39개로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이후 소매금융보다는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쪽으로 역량을 집중해왔다. 지난 1월에는 지점 수를 더 줄이면서 총 영업점 수가 기존 43개에서 39개로 축소됐다. 그러다 이번 결정으로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그대로 남겨 영업을 이어가되,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 사업은 완전히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충격 여파 등으로 좋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2019년 2794억원에 비해 3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소매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은 2018년 721억원에서 2019년 365억원, 2020년 148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줄어들었다. 씨티은행 개인·소매금융 부문 자산 규모는 국내 17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소매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해도 국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씨티그룹은 1967년 국내 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킨 이래 줄곧 한국 시장에 집중해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소매금융 철수를 비롯한 사업 재편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객·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하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현재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 씨티은행 임직원들 고용 안정 등을 고려해 철수 전략을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가 확정되면서 국내 은행 등에 매각을 추진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혜순 기자 / 이유진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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