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8 (화)

연구결과 발표가 검찰고발로…남양 '불가리스 사태' 어쩌다 여기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임상실험 부재에도 간담회 강행…실험결과 과장된 표현에 논란 확산

3일 만에 사과했지만 '늦었다' 비판 거세

뉴스1

지난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코로나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참여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2021.04.13/뉴스1 © 뉴스1 이비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실험결과 발표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마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전달되면서 영업정지 2개월과 검찰 고발 조치까지 받았다.

문제의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간담회에서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고,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데도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 주가는 한때 30% 가까이 치솟았고 일부 편의점에선 불가리스가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지난 13일 연구결과 발표에서 검찰고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임상실험 부재에도 실험결과 '과장' 발표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 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앞으로 2개월간 세종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유가공 제품 요구르트·치즈·버터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코로나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와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이 공동 연구한 해당 실험은 원숭이 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불가리스 원유를 세포에 주입했더니 전체 바이러스의 77.8%가 억제됐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해당 간담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했다는 점이다.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박사는 해당 간담회에서 "불가리스를 사용해 코로나19 억제효과를 테스트한 결과 항바이러스 효과가 77.78%로 나타났다"며 "불가리스 섭취 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줄이고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상실험 없이는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억제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임상실험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며 "세포 수준에서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다음 단계인 동물실험에서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임상실험 단계로 넘어가더라도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은 역시 '임상실험'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질병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해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뉴스1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 '객관성' 확보했나

간담회에는 불가리스의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연구 실험을 공동 진행한 충남대학교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 관계자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남양유업 소속 박종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박사가 해당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실제 박 박사는 간담회 종료 이후 해당 실험에 불가리스 원유 자체를 사용했는지, 불가리스가 함유한 유산균을 추출해 사용했는지 묻는 <뉴스1> 취재진 질문에도 답변하지 못했다.

여기에 남양유업도 일부 보도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세포 단계 실험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1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초 간담회 목적 잘못 전달…사과드린다"

남양유업은 해당 간담회에서 '발효유 완제품으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입증한 국내 최초의 연구'라는 의의를 재차 강조했다. 간담회 패널로 참여한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명예교수 역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인체에 적용하는 건 아직까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해 실험 결과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자제하도록 했다.

간담회에서도 남양유업은 실험의 의의가 확대 해석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박사는 '제품에 코로나19 예방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기재할 예정인지' 묻는 질문에 "식품 관련법상 예방이나 치료 효능을 기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나 간담회 질의응답에서 박 박사는 "불가리스를 섭취할 경우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답변해 불필요한 오해를 낳았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학 논문에서도 '기대한다'는 표현은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다"며 "'추정한다'는 표현 정도가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남양유업은 이날 공식 사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뒤늦게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남양유업의 간담회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임상실험이 부재한 연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제약과 의학 분야의 소재 중심이었던 항바이러스 효과를 식품 완제품으로 입증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기 위한 당초 간담회 목적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져 당혹스럽다"며 "소비자에게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b3@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