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주민 항의 견딜 수 없어서..." 택배노조, 고덕동 아파트 문앞 배송 재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입구까지만 물건을 배송한 택배 기사에게 보낸 항의 내용이다. 택배노조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을(乙)의 한계다. 택배차량 지상 출입 문제로 문 앞 배송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다시 문 앞 배송이 시작됐다. 택배노조 측은 "주민 민원이 거세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는 16일 고덕동 아파트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단지 앞 배송에 참여한 택배 노동자에게 과도한 비난 문자와 전화가 쏟아져 기사들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며 "조합원(택배 기사)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다시 문 앞 배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택배차량에 대한 지상 출입을 제한하고 지하주차장으로만 다닐 것을 요구한 이 아파트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택배노조는 지난 14일부터 단지 입구까지만 택배 물품을 배송했는데, 이를 이틀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이와 함께 택배노조는 항의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주민으로 보이는 이는 택배 기사에게 "이후 택배 못 받은 것에 대한 손해 발생에 대해 청구하겠다"며 "왜 좋은 기사들 끌어들여 피해를 주나. 참 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앞으로 아파트 단지 입구로 배송된다면 오배송으로 수취 거부 및 신고할 것"이라며 "본사에도 같은 내용으로 계속 민원 넣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일보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가 공개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주민의 항의 문자. 택배노조 제공


택배노조 측은 "공개한 문자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의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고, 이에 기사님들이 상처를 받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앞 배송은 재개하지만, 택배노조는 아파트 입주민을 향해 택배 기사들의 고충을 알리는 취지로 농성을 시작한다. 노조는 또 CJ대한통운 소속 조합원 등을 추가 설득해 입구 배송을 재개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일반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출입을 제한한 이 아파트는 주차장 높이가 2.3m에 불과해 평균 2.7m에 달하는 일반 택배 차량은 주차장 진입이 안 되고 저상 택배차량(높이 2.3m)만 진입할 수 있다. 택배노조는 저상 차량이 택배 노동자의 부상을 야기하는 등 건강권을 위협하고 개조 비용도 고스란히 기사 개인의 몫이라며 아파트 측에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