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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운전 불편한데 1억5천만원? 재규어 F타입 달려보니 '돈값'[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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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편집자주] 마력·토크…우리가 이 단어를 일상에서 얼마나 쓸까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걸 몰라도 만족스럽게 차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독자들보다 더 '차알못'일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전문 용어는 빼고 차알못의 시선에서 최대한 쉬운 시승기를 쓰겠습니다.



운전 그 자체의 재미는 점차 평가절하되고 있는 시대다. 테슬라를 필두로 너도나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어느덧 운전은 장소를 이동할 때 필요한 '노동'같이 여겨지고 있다.

올해 1월 재규어가 출시한 F타입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자율주행 첨단을 달려가는 요즘 트렌드와 정확히 역행한다. 크루즈 기능은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가격은 1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불편한 것 투성인데 왜 이렇게 비쌀까.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기자가 직접 재규어 F타입 P380 쿠페 모델을 직접 시승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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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P380 쿠페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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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타입, 왜 이렇게 불편해"…그런데 주행을 해보니 전부 납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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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P380 쿠페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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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을 처음 만났을 땐 '왜 이렇게 불편해'라는 생각뿐이었다. 완벽한 2인승에 평범한 서류가방을 놓을 공간 조차 없었다. 트렁크 공간은 크지도 않은데 시승차엔 비상용 타이어가 자리를 차지했다. 차체가 너무 낮아서 키 187cm 기자가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목과 허리를 접는 느낌으로 탑승해야 했다. 이제는 흔해진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 모든 불편함이 납득이 됐다. 이미 F타입은 '주행만을 위한 차'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기자의 몸은 '이 차는 별로다'라고 외쳤지만 머릿속 '감성'은 이를 전혀 듣지 않았다. 여러 공산품 중 자동차만큼 감성이 이성을 압도하는 품목이 흔치 않다. F타입은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였다.

주행과 관련된 점은 양보가 없었다. 완전히 도로에 '밀착'해 커브길에서도 원하는 만큼 차가 코너링을 하지 못한다거나(언더·오버스티어), 차가 미끄러지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빨리 달리면서도 언제든지 코너링을 자유롭게 해냈다. 핸들은 성인 남성이 돌리기에도 꽤 무거웠지만 고속 주행시 매우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배기음만 돈 8000만원 가치"…'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으로 시속 50㎞에서도 선명한 배기음↑

재규어 F타입 P380 쿠페 문을 여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공기저항에 방해받는 것들은 없애거나 전부 '숨겼다'. 문 손잡이는 따로 버튼을 눌러야 튀어나오는 형태였고, 차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었지만 썬루프처럼 열리지는 않았다. 역대급 공기저항계수라고 평가받는 테슬라 모델3도 배터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썬루프가 없다.

주행 효율은 차 외관이 담당했지만, 주행의 재미는 '배기음'이 책임졌다.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아 가속을 하는 운전의 '기본' 하나하나가 달리 느껴졌다. 영화나 게임속에서만 들을 수 있던 그 소리가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재규어 F타입 차주들이 1억5000만원 중에서 8000만원은 배기음 값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었다. 주행시 발생하는 배기음을 인공적으로 키워주는 기능이다. 주행 모드를 '다이나믹 모드'로 설정하고 이 시스템을 작동하면 시내에서 시속 50㎞로만 주행해도 선명한 배기음을 들을 수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우리나라 도심에서도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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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P380 쿠페 센터페시아. 기어 하단 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빨간 원) 버튼을 누르면 더 큰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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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로에서는 F타입을 100% 즐기기 어려워…아쉬운 A/S도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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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P380 쿠페 측면부/사진=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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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의 가장 큰 단점은 한국의 도로다. 과속방지 카메라가 도심에 가득하고, 어딜 가든 정체가 심한 국내 도로에서 F타입을 100% 즐기기란 쉽지 않다. 어린이 보호구역, 규정속도를 준수하면서 시내를 다니다보면 '이 차를 왜 타고 있는가'라고 자문할 정도로 주행과 정차 사이의 간극이 크다.

또 다른 단점은 재규어 브랜드 특유의 부품 고장과 수리까지 오래 걸리는 A/S(사후 처리)다. 경쟁 모델인 포르쉐의 박스터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다. 포르쉐는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잡았지만, 재규어는 예전에 비해 고질적인 A/S 문제 때문에 '고객 경험' 측면에서 브랜드 가치가 많이 하락했다.

올해 새로 부임한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가 이 부분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는 재규어의 A/S는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다.

종합적으로 재규어 F타입은 양산차에서 가져야 할 효율성·가성비는 거의 전무하지만 주행의 재미, 감성 하나만큼은 확실한 차다. 메인카, 데일리카로 활용하기엔 한계점이 많지만 순수 '드라이브의 재미'를 찾는 소비자에겐 완벽한 대안이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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