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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무서운 초등생, 디지털 성폭력 피해 · 가해 경험 중고생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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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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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디지털 성폭력 경험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들의 피해·가해 경험이 중학생, 고등학생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생 중 디지털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비중은 0.2%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성폭력 조사 문항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문항 수도 적어 실제 디지털 성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조사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애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을 위한 청소년 인식·문화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2019년 2학기부터 응답 시점인 지난해 9∼10월까지 디지털 성폭력 피해나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6천576명이었습니다.

조사에 응한 초·중·고교생(294만 382명)의 0.2% 수준입니다.

피해·가해 경험자 중 남성은 2천602명, 여성은 3천97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가 3천422명(0.3%)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중학교는 2천177명(0.2%), 고등학교는 977명(0.1%)으로, 연령이 어릴수록 가해 또는 피해 경험 학생 수가 많고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학교만 놓고 보면 디지털 성폭력 경험은 남성(1천837명)이 여성(1천585명)보다 많았습니다.

반면 중학교에서는 여성(1천626명)이 남성(551명)의 3배, 고등학교에서는 여성(763명)이 남성(214명)의 3.6배에 달했습니다.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의 피해 사실이 점점 두드러진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피해와 관련된 문항에서는 여성의 응답 비율이 남성을 압도했습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 중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성적인 사진·영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 남성은 17.1%, 여성은 40.6%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내 몸을 찍자고 하거나 찍어서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문항에는 남성 9.6%, 여성 39.0%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애라 부연구위원은 "성적인 사진·영상을 원하지 않는데 보낸다거나 요구하는 행위는 매우 일반적인 형태의 피해"라며 "해당 경험이 더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로 연결되는 관문이 된다는 점에서 이 경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우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학생 디지털 성폭력 실태조사는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와 함께 지난해 처음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첫 조사였던 만큼 한계도 지적됩니다.

보고서는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현황을 파악하기에는 문항 수가 매우 부족하다"며 "실제 디지털 성폭력 피해 또는 가해 경험 학생 수는 더욱 많은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디지털 성폭력 문항은 '어떤 유형의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해 경험이 있는지' 등을 묻는 3개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작년에 n번방 사건 때문에 긴급하게 디지털 성폭력 실태조사를 하느라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같이했다"며 "올해부터는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디지털 성폭력을 포함해 매년 조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시행되는 디지털 성폭력 조사는 시·도 교육청을 통해 조사 문항지를 돌리고 응답지를 회수하는 형태여서 얼마나 많은 학생이 조사에 참여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처럼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을 활용하는 것이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지만,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올해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학교 디지털 성폭력 실태조사 이후 제대로 된 후속 조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지난 15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대책 가운데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된 내용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운영, 온라인 게시글 모니터링 등이 전부였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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