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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주간 블록체인] 거품 맞지만 진입장벽도 낮췄다…도지코인이 알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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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알트코인의 시기가 돌아왔나 봅니다. 이번주에는 전체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포착됐습니다.

알트코인 중에서 이 코인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이번주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한 '도지코인(DOGE)'입니다. 지난 16일 업비트의 도지코인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을 넘어섰는데요. 가격도 하루 새 250% 가까이 올랐고, 업비트에서의 도지코인 가격과 해외 거래소 간 가격 차이도 상당했습니다. 물론 해외에서도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요.

도대체 어떤 코인이길래 이렇게 가격이 올랐나 살펴보자니,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도지코인은 '밈(meme) 코인'이기 때문입니다. 밈은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농담, 사진, 영상 등을 통칭하는 말이죠. 즉, 장난으로 생겨난 코인이라는 뜻입니다.

장난으로 생긴 도지코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때문에 급등했다는 건 이미 유명한데요, 특정인의 지지로 코인 가격이 올라도 되는건지, 시장이 너무 과열된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색다른 의견도 존재하는데요,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커지는 알트코인 시장…'대장' 이더리움의 탄탄한 성장

지난 12일,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BTC)의 도미넌스가 54%를 기록했습니다. 도미넌스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합니다. 54%는 지난 2019년 4월 이후 최저 수치입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자금이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들)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가치저장수단이자 장기투자용으로 비트코인을 쌓아두는 투자자들이 많았는데요, 이후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다양한 코인으로 자금이 분산되기 시작한 겁니다.

알트코인 시장이 커지면서 알트코인의 대장 격인 이더리움(ETH)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가격이 오른 것도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됐기 때문에 이더리움과 다른 알트코인을 비슷하게 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외 다른 가상자산을 알트코인이라고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만큼 이더리움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는 것이죠.

이번주 가격이 10.3% 가량 오른 이더리움은 이제 주요 자산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전 세계 모든 자산의 순위를 나타내는 사이트 인피니트마켓캡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37위입니다. 인피니트마켓캡은 금, 은 등 전통자산과 주식, 가상자산 등 투자자산의 순위를 함께 매기고 있는데요, 이더리움이 전통자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순위가 된 것이죠.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90위권대 자산이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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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들이 계속 생겨나고, 그 서비스들 안에서 쓰이는 기축통화가 가상자산 이더리움(ETH)인 만큼 이더리움의 존재감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입니다. 이더리움의 업그레이드 버전, 이더리움 2.0이 나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하는 것도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번주 '핫 코인' 도지코인, 머스크는 왜 좋아할까

앞서 알트코인의 대장, 이더리움에 대해 썼지만 사실 이번주 알트코인 시장은 도지코인(DOGE) 때문에 뜨거웠습니다.

17일에 30% 가량 폭락하기는 했으나, 이번주 도지코인은 해외 가격 기준으로도 400% 가까이 올랐습니다. 국내 가격은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더 높은 현상) 때문에 더 올랐고요. 순식간에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8위의 가상자산이 됐습니다.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장난삼아' 만든 코인입니다. 도지코인 홈페이지에 가면 '도지코인은 전 세계 시바견들의 지지를 받는 오픈소스 P2P(개인 간 거래) 디지털 화폐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이 문구만 봐도 장난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죠. 시바견의 지지를 받는 화폐답게 로고도 시바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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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있는 비트코인과 다르게, 도지코인은 발행량도 무제한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일이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코인 가격이 오른 이유는 모두가 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도지코인 사진을 올리고, 도지코인 예찬론을 펼쳐왔던 머스크는 지난 15일에도 트윗을 하나 올렸습니다.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달을 향해 짖는 개(Dog Barking at the Moon)' 사진과 함께 'Doge Barking at the Moon(달을 향해 짖는 도지)'이라는 문구를 남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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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도지코인 가격이 또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6일 역대급 상승세까지 기록하게 됐죠. 미국 거래 서비스 '로빈후드'의 주문 시스템에서 도지코인으로 인해 과부하가 발생하기까지 했습니다.

처음엔 머스크도 장난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줄 알았는데, 꾸준하게 글을 올리는 것을 보니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는 모습입니다. 몇몇 트위터 이용자들은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도지코인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트위터를 중심으로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매입하거나 도지코인을 포크(블록체인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 중 하나)해 테슬라의 사업 방향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는 여론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알트 시장 '거품 신호탄'? 도지코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의견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이런 의견이 가격 상승의 재료가 될 순 없습니다. 현재 도지코인에 대한 시선이 '투자 광풍'. '거품' 등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정 인물의 의견으로 인해 가격이 올라도 되는 것인지,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죠.

이에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찰스 호스킨슨 카르다노(에이다) 창시자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도지코인 가격 거품은 반드시 터질 것이고,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호스킨슨은 '밈으로 시작된 도지코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지만, 일론 머스크의 언급과 고래(대량 보유자)들의 시장 조작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신규 투자자의 피난처가 됐다'며 '이런 가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유명 가상자산 투자사 갤럭시 디지털의 창업자 마이크 노보그라츠도 도지코인의 가격 상승을 '알트코인 시장의 거품 신호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노보그라츠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코인은 '게임스탑' 현상을 연상시킨다'며 '지인이 이 가격에 도지코인에 투자한다면 매우 걱정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게임스탑 현상은 지난 2월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 등 기관을 상대로 한 판 승부를 벌인 일을 말합니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었던 '게임스탑'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기관 투자자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코인이 알려준 것

그런데 이런 우려의 시선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됐죠. 그래서 오늘은 다른 의견도 함께 이야기하려 합니다. 도지코인에 어느 정도 거품이 낀 것은 맞지만, 결국 '재미' 때문에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도지코인은 다른 가상자산들과 달리 이렇다 할 개발 진척이 있는 것도, 탄탄한 개발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기술적 진척을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 도지코인은 엄청난 투자자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장난스럽게 태어난 코인이 가상자산의 진입장벽을 허물면서 '장난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도지코인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탄탄한 기술력을 지닌 블록체인 프로젝트일지라도, 정작 발행한 가상자산의 가격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가상자산 가격은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진입장벽을 허물고 일반 투자자의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이걸 도지코인이 알려준 셈입니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 대표는 '도지코인은 다른 가상자산과 다르게 개발이나 정책이 아닌 재미를 우선시했다'며 '블록체인 업계의 목표인 '매스 어답션(Mass Adoption, 대중적 수용)'을 이루려면 재미와 쉬움을 통한 대중적 관심을 얻어야 하는데, 그동안 블록체인 업계가 전문성만을 강조하며 진입장벽을 높인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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