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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요약본도 안 주는 게임위, 회의 비공개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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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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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회의(등급분류결정 회의)를 두고 정보공개 목소리가 높다. 게임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심의 기관이 어떤 판단과 기준으로 유통 여부와 등급을 결정하는지 회의록 원문은커녕 요약본조차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산하기관으로서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의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법령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8일 게임위와 업계에 따르면 등급분류결정 회의록은 지난 2013년 게임위 출범 이후 한 차례도 공개된 바 없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상용 게임은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게임위는 대부분의 PC게임과 아케이드 게임, 청소년이용불가 모바일게임 등으로 등급을 분류한다.

등급분류결정 회의는 매주 목요일 진행되며, 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된다. 게임위는 결정 내용을 관보에 게시하지만 설명자료는 별도로 내지 않는다. 사행성, 선정성, 폭력성 등 결정 사유만 단순하게 공개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자사가 제출한 게임이 취소·보류 판정을 받아도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상세하게 알지 못한다.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국회의 요구에도 공개된 적이 없다. 회의록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에 의해 공개가 원칙이지만 위원회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회의록은 등급 분류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어 공개 시 제3자와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정한 업무수행 위축과 지장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실명 회의록이나 요약본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볼멘 목소리도 있다. 게임위의 자의적 판단을 감시할 장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조차 들여다볼 수 없다. '깊이 들여다본다(심의·審議)'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동안 게임위 등급 분류 결과를 놓고 '근거'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세부 기준 가운데 선정성 항목은 '성적 요구를 자극하지 않음(12세)' '가슴과 둔부가 묘사되나 선정적이지 않은 경우(15세)' '선정적인 노출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청소년이용불가)' 등으로 모호하다. 폭력성 역시 '경미한' '사실적' '과도하게' 등으로 구분된다.

실제로 자의적으로 판단한 사례도 있다. 2017년 '뉴 단간론파 V3'는 등급 결정 거부 판정을 받았다. 게임위는 게임법 32조에 의해 범죄심리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 피의자가 해당 게임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는 점이 심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정황이 있었지만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다.

여명숙 당시 게임위원장은 퇴임 후 “게임성 때문이 아니라 방송에서 범죄와 연관된 듯 묘사했기 때문에 발매될 수 없었다”면서 “등급심의 거부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출시된다면 여론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의적 판단 견제와 정부 산하 기관의 투명성 있는 운영을 위해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들이 회의록 공개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부담스럽다면 요약 또는 비실명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면서 “투명한 운영을 모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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