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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CEO] "반도체 클린룸에 쓰는 기술로 가정용 공기청정기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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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반도체 클린룸에 쓰이는 대기오염 방지 기술을 공기청정기에 담았습니다. 미세먼지와 악취, 각종 유해가스 제거는 물론 세균, 바이러스 살균까지 해주는 공기청정기입니다."

문기학 성진코퍼레이션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공기 위생이 중요시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신개념 바이러스·공기살균청정기를 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진코퍼레이션은 지난해 3월 개발에 착수해 10여 개월 연구한 끝에 올해 초 가정용 바이러스·공기살균청정기를 선보였다.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인 이 제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의 실내 대기오염 방지 시설에 적용되는 전처리필터 기술과 전기집진 기술을 응용해 악취는 물론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제거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으로 진출한 셈이다.

문 대표는 "정전기를 일으켜 바이러스를 전극 쪽으로 달라붙게 한 뒤 제거하는 방법을 썼다"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부유 바이러스 처리를 실험한 결과 99.9% 제거 효과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부유 세균 처리를 실험한 결과 99.9% 제거 효과를 각각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성진코퍼레이션은 각종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인체와 자연에 무해하게 처리해주는 설비를 만든다.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과 과불화탄소(PFCs)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복합폐가스 처리가 주특기다. 초창기 공장 배출 가스에 물을 뿌려 먼지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세정탑(스크러버)과 흡착제를 활용해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흡착탑 등을 설계·제작·시공했던 성진코퍼레이션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VOCs 처리설비를 하나둘씩 국산화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과 협력하며 환경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 공정과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패턴을 따라 깎는 식각 공정, 웨이퍼 표면 잔류물을 제거하는 세정 공정 등 유해가스 배출이 많은 공정마다 성진코퍼레이션이 만든 설비가 설치돼 있다. 문 대표는 엔지니어가 아닌 상사맨 출신이다. 1984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금성사(현 LG전자) 등 그룹사 해외 진출 시 공장 건물 건설과 생산설비 도입 등을 기획하고 관리했다. 이 같은 경험을 살려 1995년 성진코퍼레이션을 창업했다.

성진코퍼레이션이 가정용 바이러스·공기살균청정기 개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 당시 플라스마를 활용해 세균은 물론 바이러스까지 살균하는 청정기에 착안해 개발에 착수했다. 바이러스 살균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플라스마 살균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오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개발을 중단했다. 바이러스·공기살균청정기 프로젝트를 되살린 건 코로나19였다. 문 대표는 "기존 살균청정기 대부분이 세균·바이러스 처리를 위해 플라스마나 자외선을 사용해 오존 등 2차 오염물질 발생 위험이 있는 것과 달리 신제품은 2차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He is…

△1959년 출생 △1984년 럭키금성상사 입사 △1995년 성진코퍼레이션 창업 △2017년 1000만달러 수출의 탑·국무총리 표창 △2018년 환경부 장관 표창 △2019년 충북대 대학원 환경공학 박사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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