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융 추세에 인터넷銀 급성장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운용 가능해 유리
업무 중첩되고 파급력 미미 할 거란 전망도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카카오-KT본사 |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2개가 있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입니다. 토스뱅크는 올해 안에 3호 인터넷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고요. 그런데 인터넷은행이 되고 싶어하는 곳은 또 있습니다. 바로 국내 시중은행들입니다. 이미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은행들이 왜 인터넷은행을 만들려 할까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들은 독자적인 인터넷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은 인터넷은행을 100% 자회사로 소유하는 방안에 긍정적이었습니다. 조만간 은행연합회를 통해 인터넷은행을 세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금융당국에 전달할 계획이죠.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의 허가가 있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이에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현행법상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은) 어떠한 결격 사유도 없다"면서 "비용적인 부담이 큰 것도 아니고 금융위원회의 인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추진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을 원하는 배경에는 가속화되는 ‘비대면 금융’ 트렌드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8개 은행과 우체국에서 인터넷뱅킹으로 이뤄진 금융거래는 하루 평균 58조6579억원에 달했습니다. 전년보다 20.6% 늘어났죠.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 ‘점포’를 찾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은행이 급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 고정비용이 적죠. 점포에 드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낼 필요가 없어 효율적입니다. 시중은행과 규제도 다르게 적용받습니다. 인터넷은행이 비교적 가볍죠. 그러다 보니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체계를 갖출 수 있었고요. 은행직원 1명이 내는 이익을 계산하자 지난해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들을 넘어섰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가볍고 효율적인 인터넷銀…금융지주도 가능할까
반면 시중은행은 상황이 다릅니다.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점포를 마음대로 없애지 못합니다. 점포이용률이 높은 고령층이 피해를 볼 수 있어 금융당국이 점포폐쇄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또 조직문화는 보수적이고 몸집도 커 금융시장 변화에 맞춘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어렵죠. 그러니 인터넷은행에 맞설 수 있는 별도의 인터넷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때도 차이가 있죠.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는 특정 기능만 간단하게 담은 가벼운 플랫폼으로 MZ 세대의 큰 호응을 샀습니다. 반면 덩치가 큰 시중은행은 다양한 기능을 담아야 해 비교적 무겁고 복잡한 플랫폼을 운용할 수밖에 없죠.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만든다면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처럼 가벼운 앱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업무가 중첩될 수 있고 별다른 파급력이 없을 거란 시각도 있죠. 금융지주사들은 그간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위해 모바일 앱 개편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인터넷은행이 설립되면 이러한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셈이죠. 거기다 금융당국의 심사와 인가에는 통상 수년이 걸립니다. 기존 인터넷은행은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면서 충성고객을 확보할 텐데, 금융사 인터넷은행이 얼마나 고객을 뺏어올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융지주의 인터넷 은행 설립에 관한 얘기는 전달받은 게 없다”며 “구체적으로 오면 검토해보겠지만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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