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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원자재 가격 올라도 납품단가 못올려" 팔수록 적자 쌓일 판 [수출중기 역마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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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감소에 물류까지 부족 상태
납품지연→ 주문취소 ‘피해 눈덩이’
"버텨보지만 장기화 땐 대책 없어"
정부 지원책 마련 요구 목소리 커져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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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동 가격 폭등으로 5억원을 손해볼 위기다."

지난 16일 경기 용인 임가공업체의 대표이사는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용 상승, 원화강세 삼중고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3월 31일부터 지난 7일까지 300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4·4분기 대비 올해 1·4분기 매출이 줄었다는 응답 비중이 4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매출감소는 연간 매출액 20억원 미만, 연간 수출액 5억~30억원 미만의 영세한 수출중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수출중기는 치솟는 원부자재 가격과 해상운임 등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두고 의류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크게 오르고 생산된 물품을 수출할 컨테이너도 부족한 상황인데 운임비용까지 올라 피해가 만만치 않다"며 "현재 이런 문제가 겹치며 생산량도 줄고 있고 물류애로로 납품 지연, 주문취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재료를 선박으로 들여오고 공장 설비를 가동해 다시 수출을 하는 수출중기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 물류비용 증가, 원화강세는 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국내 한 농기계업체 역시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과 농업 기계화 및 스마트화에 힘입어 해외수출이 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중기가 삼중고로 경영위기에 직면했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은 없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자재 값 상승에 대해 42.3%의 중소기업은 납품가격을 우선 조정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은 원자재 외 원가절감(28.3%)이나 대응방안이 없다(22%)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및 납품단가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면 낫겠지만 대기업과 관계를 고려할 때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볼 생각이지만, 장기화되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중기들은 정부가 원자재 구매와 금융지원, 납품단가 협상 지원, 원자재 가격 및 수급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리스크의 경우 정부의 안정적인 환율운용, 수출관련 금융 및 보증 지원 확대, 외환관리 전문인력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물류비의 급격한 상승은 수출중기들이 대처가 불가능해 정부가 일부 지원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원자재 값 상승과 물류비용 증가, 환리스크라는 3중고가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납품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의 납품가격 인상을 반영,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영세 중소기업들이 합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중소기업의 삼중고는 사실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실제 중소기업들도 대부분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며 "상황이 장기화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수출중기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출 연장 등에 대해 관련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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