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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수익성 줄어드는데 규제는 발목… "씨티 철수, 韓은행산업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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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금융업 진출로 경쟁력 약화
"은행, 소매금융하는 시대 끝났다"


글로벌 대표 은행인 씨티은행이 한국 진출 17년 만에 소매금융에서 철수키로 한 것이 국내 은행산업의 '불투명한 현주소'를 그대로 방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빅테크 등장과 비대면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소매금융 분야에서 전통 은행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도 성장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을 시도하려 해도 금융당국의 날 선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익공유제, 배당제한,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등 관치성격의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은행을 옥죄고 있다.

한국 소매금융의 수익성(비이자이익)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각종 신탁과 펀드, 방카슈랑스의 수수료로 대표되는 비이자이익의 성장은 더디다.

국내 은행들은 여전히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이익 가운데 비이자이익 비중은 지난 2017년 16%, 2018년 12%, 2019년 14%, 2020년 15%로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HSBC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글로벌 은행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비중이 거의 같다.

여기에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소매금융 분야에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전자금융법 개정안을 마련, 빅테크들의 금융업 진출에 물꼬를 터줄 계획이다. 이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소매분야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304개의 점포를 축소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소매금융을 하는 시대는 끝났고, 기업금융을 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소매금융 점포를 줄이며 기업금융 중심으로 나아가는 씨티은행이 좋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은 순이익 등에서 최대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수익성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은행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순이자마진은 지난 2018년 1.67%였던 것이 2019년 1.56%, 지난해 말에는 1.38%를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자기자본순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글로벌 수준보다 한참 뒤처진다. 지난해 총 19개 국내 은행의 ROE는 5.63%로 전년(6.72%) 대비 1.0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ROA는 0.42%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촘촘한 규제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배당제한, 코로나19 지원 등의 조치가 외국계 은행을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는 은행들의 코로나19로 임대료를 깎아준 건물주에게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 적용, 중소기업 신용등급 하락에도 이자 상승 금지 등 은행권을 압박하는 다양한 발언이 나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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