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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美 ‘대만카드’로 中 동진·남진 차단… 동아시아 판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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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中 견제에 긴장 고조

바이든·스가, 평화·안전 중요성 강조

소수 민족 인권 문제 우려까지 명시

동맹 결집을 통해 ‘中 부상’ 좌절 의지

中 “필요한 모든 조치로 이익 지킬 것”

대만 “가까운 나라들과 협력”… 환영 뜻

일본 내선 “분쟁에 휘말릴 수도” 우려

세계일보

백악관 공동회견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교도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미·일 정상 공동 성명에 대만 문제를 삽입하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공동성명은 또 홍콩 및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과 소수 민족 문제를 명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양국이 중국으로부터의 도전과 동·남중국해는 물론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데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며 “양국은 인도·태평양에서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다. 미·일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 중국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동·남중국해에서의 현상 변경 시도, 타자에 대한 위압에 반대한다는 것에 일치했다”며 “(대만해협 등에서) 엄중한 사태가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다.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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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 공동문서에 대만 문제가 포함된 것은 베트남전쟁으로 동아시아에서 냉전 구도가 극에 달하던 1969년 이래 처음이다.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이어 같은 해 중·일 국교정상화 이후엔 양국 공동문서에 대만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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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 삽입은 중국의 가장 약한 고리인 대만 카드를 활용해 중국 부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판을 흔들려는 미국의 의도가 작용했다. 양안 갈등을 고조시켜 중국의 힘을 대만해협에 묶어둠으로써 동진과 남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안보포럼인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화상회의 연설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과의 대결을 ‘민주주의 국가 대 독재국가의 근본적인 논쟁’으로 표현하면서 동맹의 힘을 결집해 중국의 부상을 좌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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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본 도쿄도에서 발행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소식이 실려 있다. 도쿄=연합뉴스


미·일 공동성명은 향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중요한 규범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불씨가 될 전망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이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원칙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recognize)하면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입장을 인지(acknowledge)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미·일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고 대만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성명에서 “미국과 일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며 내정 간섭과 중국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국가의 주권, 안전, 개발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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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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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는 일본을 타깃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일본은 미국의 악랄한 정책의 아시아 최고 공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다른 문제는 외교적 수완을 부릴 수 있지만,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제 무덤을 파는 것으로 개입 정도가 클수록 지불해야 할 대가도 클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반면, 대만 총통부는 17일 “대만은 미·일 등 이념이 가까운 나라들과 협력을 심화해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 발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안 통일은 1949년 정권 수립 이래 중국의 비원(悲願)이라는 점에서 최근 미·중 대립 격화와 함께 활발해진 중국의 군사활동이 오히려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필립 데이비슨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최근 중국이 6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위험이 높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일본 내에서도 이번 회담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돼 일본이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실제 공격하면 미국은 반격에 나서게 되고, 이 경우 안보관련법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미군에 대해 연료보급 등 후방지원 활동을 하게 된다. 미·중 정면 충돌 시에는 중국군이 오키나와는 물론 한국 내 미군 기지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워싱턴·베이징=김청중·정재영·이귀전 특파원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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