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코로나는 개뿔"…집합금지에도 '몰영' 홍보하는 유흥업소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흥시설 집합금지 이후에도 '몰영', 방문영업 등 변칙운영

"단속해도 벌금 300만원…영업하는 게 더 이득"

'시간제한 완화' 논의에 우려도…"단속부터 강화해야"

[이데일리 공지유 이상원 기자] “코로나는 개뿔…‘몰영’ 합니다.”, “단속 걱정 전혀 없으니 편하게 문의 주세요.”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흘 연속 600명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정부의 방역 조치를 비웃으며 ‘불법 영업’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정부가 ‘핀셋 방역’으로 방역을 강화했지만, 이를 위반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정부가 오는 12일부터 수도권과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 집합을 금지한 가운데 11일 서울 홍대클럽거리에서 외국인 및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합금지에도 “단속 걱정 없다”…SNS선 버젓이 불법영업 홍보

방역 당국은 현행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를 5월 2일까지 3주간 연장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또 유흥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수도권과 부산 등 거리두기 2단계 지역의 유흥·단란주점, 헌팅포차, 감성주점, 콜라텍, 홀덤펍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서울 내 유흥업소의 영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심야영업, 정상영업을 한다는 홍보성 게시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 유흥주점은 “코로나는 개뿔”이라며 “코로나와 상관없이 새벽까지 ‘몰영’(몰래 영업)하고 있으니 빨리 오라”는 홍보성 게시글을 올렸다.

강북에 있는 한 유흥주점에서도 “지난해 코로나19사태가 터진 이후 거리두기 2단계, 2.5단계에서도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영업 중”이라며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고 뒷문을 감시하고 있어서 단속 걱정은 하나도 안 해도 된다”며 연락처가 남긴 글을 올렸다.

집합금지 조치로 지자체와 경찰이 업소로 단속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종업원이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등의 ‘변칙 영업’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흥업계 관계자 A씨는 “장기간 집합제한 조치로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먹고살 길이 열리지 않아 여성 종업원들이 직접 고객의 집에 방문하는 ‘사초’(사진 초이스)와 같은 영업을 뛰는 경우가 많다”며 “또 여성 종업원을 고용하면 안 되는 단란주점에서도 종업원을 고용하고, 노래연습장에서도 아가씨를 고용하는 등 불법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걸려도 벌금 내면 끝”…위반시 처벌 강화 필요성 제기

경찰청이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유흥시설 1만233개소를 점검한 결과 방역지침 위반 및 식품위생법 위반 등 총 1095명(173건)이 적발됐다. 지난 12일 이후 서울에서 집합금지 상태에서도 영업을 하다 고발된 유흥시설도 3곳에 달했다.

지난 15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 송파구에서는 집합금지 기간임에도 몰래 영업을 하던 유흥주점에서 손님·직원 등 92명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흥시설의 방역수칙 위반 처벌 수위가 낮아 불법영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합 제한 조치를 어긴 업소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서울시도 앞서 방역 수칙을 위반한 업소들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150만원의 과태료 부과와 집합금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수도권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B씨는 “적발된다고 해도 300만원 벌금을 내는 것이 전부인데 하루 영업을 하면 그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불법영업을 서슴지 않는 것”이라며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 업소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 합법 업소가 정상영업을 할 수 있도록 업종별로 시간을 완화해주고 불법영업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흥시설에서의 불법영업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업종별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상생방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동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C씨는 “유흥시설에서 감염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영업시간을 완화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요즘 밤 10시가 되면 셔터를 내리고 불법영업하는 곳이 많은데, 벌금이 아니라 아예 영업폐지를 시키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고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운영)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다른 위험 요소를 감소시켜야 한다”며 “시간을 늘리는 대신 (내부) 인원을 줄이거나 공간을 넓혀야 하는데 새로운 논의가 없는 이상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최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많은데 그만큼 사람들의 접촉을 줄이거나 공간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라며 “정해진 영업시간 제한이나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 상황을 먼저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