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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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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간 英 여왕의 곁 지킨 필립공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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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성서 가족 30명만 참석한 장례식

코로나로 큰 행사 없이 조촐하게 치러

윌리엄·해리 왕손 화해 계기될지 관심

세계일보

장례식에 참석한 윌리엄 왕세손(왼쪽)과 왕손 해리(가운데). 해리는 최근 왕실 내 인종차별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윈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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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공(에든버러 공작)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 런던 교외 윈저성에서 엄수됐다.

100세 생일을 두 달쯤 남기고 지난 9일 별세한 필립 공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윈저성 내 성조지 예배당 지하 왕실묘지에서 영면에 들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장례식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멀찍이 떨어진 채 홀로 앉은 모습은 74년 배필의 빈자리를 실감케 했다. 장례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가까운 가족 30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동거가족이 아니면 2m 이상 거리를 두고 앉아야 했다. 대규모 인파가 모일 만한 행사도 일절 생략돼 영국민들은 TV와 라디오 중계를 보고 들으면서 ‘외조의 왕’에게 작별을 고했다.

장례식은 전국적인 1분 묵념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묵념에 맞춰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는 6분간 비행기 이착륙이 중지됐고, 각종 스포츠 경기도 장례식 시간을 피해 열렸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윈저 주임사제는 고인의 친절함과 유머, 인간미를 떠올리며 “필립 공은 여왕을 향한 변함 없는 충성과 국가·영연방을 위한 봉사, 용기·강함·신앙으로 우리에게 영감을 줘왔다”고 했다. 이날 장례식을 끝으로 공식 애도 기간은 종료됐다.

장례식은 25년여 전부터 고인이 직접 기획·준비해왔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고인의 관여 하에 2003년부터 2019년까지 개조 작업을 거쳐 국방색으로 도색까지 한 랜드로버가 운구차로 사용됐다. 고인의 관 위에 드리운 깃발에는 그리스, 덴마크, 에든버러와 자신의 성인 마운트배튼을 상징하는 그림이 들어갔다. 해군 모자와 칼도 놓였다. 그리스·덴마크 양국에서 왕위 승계 대상이었던 고인은 1947년 여왕과 결혼하면서 왕위를 포기했고, 해군 장교의 길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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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7일(현지시간) 런던 교외 윈저성 내 성조지 예배당에서 열린 남편 필립 공 장례식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떨어진 채 홀로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다. 윈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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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번잡한 게 싫다며 국장이 아닌 왕실장으로 치르고 장례식 참석자도 800명으로 제한하려던 계획은 코로나19 탓에 더욱 축소됐다. 운구차 행렬도 런던 웰링턴 아치에서부터 윈저성까지 22마일(약 35㎞)로 계획됐다가 윈저성 내 8분간 이동으로 줄었다.

장례식에는 여왕 외에 장남 찰스 왕세자 등 네 자녀와 윌리엄 왕세손 등 여덟 손주가 각각의 배우자와 함께 참석했다. 최근 왕실 내 인종차별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해리 왕손도 미국으로 떠난 지 1년 만에 귀국해 할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은 임신 중이라 장거리 여행이 어려워 미국에 남았다.

할아버지 장례식을 계기로 화해할지에 관심이 쏠렸던 윌리엄·해리 형제는 장례식이 끝난 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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