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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기모란 청 방역기획관 역할 모호…‘방역과 정치’ 사이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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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기획관 신설…코로나19 ‘방역 시스템’ 변화 예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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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 앞에 지난 17일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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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씨를 보인 1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공원에서 많은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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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그립’ 강해지며 정은경 질병청장과 관계 설정 주목
조직 커지며 책임 불분명…부처 간 신속한 소통 가능성
전문가들 “백신 수급 포함, 방역 정책 전반 조율자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사진)를 임명한 것을 놓고 코로나19 ‘방역 거버넌스’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차 유행 위기와 백신 수급 불안이 맞물린 와중에 지방자치단체까지 각자도생식 해법을 모색하며 방역당국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퇴임으로 김부겸 총리 지명자 임명 전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부재한 상황이다. 청와대 ‘그립’이 강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 기획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간 관계설정 및 역할 분담에도 관심이 쏠린다.

■ ‘방역 판단’과 ‘정무 판단’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체계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범정부 대책지원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1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방대본이 설치됐고, 위기경보가 상향되며 중수본·중대본이 잇달아 꾸려졌다. 이후 백신 도입을 위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백신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가 신설됐다. 중수본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이나 병상 관리 및 의료인력 수급 등 방역 지원 업무를, 방대본은 역학조사 및 확진자 관리, 접종 계획 등을 맡고 중대본은 이를 조율해 범부처 차원의 방역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방역체계가 확대되고 업무 범위가 커지면서 조직 간 업무 중복이 늘고 책임·권한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방역당국이 ‘방역적 판단’과 ‘정무적 판단’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무적 판단’을 앞세우는 중대본과 ‘방역적 판단’을 앞세우는 방대본이 엇박자를 보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대본은 “일상 회복 체감을 위해 ‘백신 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방대본은 “정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백신 휴가’ 도입을 놓고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중대본이 치고 나가면 방대본이 뒷수습을 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중대본이 ‘2월 초 화이자 백신 도입’ ‘65세 이상 화이자 접종’ ‘다음 주말까지 확진자 200명대로 감소’ 등을 공언했다가 지키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사이 ‘방역의 논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를 강화하지 않으니 확진세 관리는 안 되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도 늘어났다”며 “방대본은 뒷바라지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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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기획관은 ‘백신’에 집중해야

청와대 방역기획관 신설은 4차 유행·백신 수급 불안 등 난맥상을 돌파하기 위해 청와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주력해야 할 것은 ‘백신 수급’ 해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신 접종, 전권을 갖고 지휘하라’고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에게 지시했지만 백신 수급 단계에서 차질을 빚은 터다. 정부 부처의 역량이 총동원돼야 할 백신 수급 문제를 정 단장이 진두지휘하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범정부 백신 도입 TF가 구성돼 백신 확보 총력전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수급 문제는 개별 부처가 풀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라며 “방역기획관은 백신 수급 문제를 포함해 방역 대응 전반의 조율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기획관이 ‘옥상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대본·중수본·방대본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컨트롤타워가 누구냐’는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 기획관의 이력상 백신 수급 해결보다 중수본·방대본 업무 범위에 해당하는 거리 두기·방역수칙 조정 등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기 기획관은 학자 시절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 필요성을 주장하거나 ‘집합금지 조치’를 삭제한 거리 두기 개편안을 내놓는 등 형평성을 강조한 방역 대응을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옥상옥’을 피하려면 방역기획관의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적 외풍이 방역행정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고 방역당국이 백신 확보, 신속한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 감염 통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방역 혼선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청와대 내 방역 전문가를 두고 챙기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방역당국 전문성이 정책으로 반영되지 않는 기존의 관행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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