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 노려 국내서 거래후 차액 해외송금 의심사례 급증
“법 미흡해 감시 사각” 분석 속 “당국, 은행에 책임 넘겨” 지적도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16일 시중은행 외환담당 부서장과 함께 가상화폐와 관련한 해외 송금 문제에 대한 비대면 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외국인이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들여와 국내에서 팔고 얻은 차액을 외국으로 보내는 송금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외국보다 10% 정도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가상화폐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액거래 송금을 제한하기 위해 9일부터 은행과 거래가 없던 외국인이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인 5만 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의 국적과 다른 나라로 송금을 요청하면 송금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외국환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 달러까지 증빙 서류가 없어도 해외로 송금할 수 있어 이 같은 거래 제한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창구에서 고객과의 마찰이 생긴다는 게 은행 측의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업 자금 등으로 외국에 돈을 송금하려는 고객들의 민원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고 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가상화폐와 관련한 책임을 은행에 지나치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특정금융거래법상 가상화폐 거래소와 사용자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입출금 시 사용되는 계좌를 실명으로 해야 한다. 이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검증 책임은 은행에 부과됐다. 거래소로부터 입출금 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거래소의 위험도, 안전성, 사업모델 등을 평가해 발급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인데, 은행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거래소에 대한 평가 지침 등을 요구했지만 ‘은행 스스로 기준을 만들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거래소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은행이 관련 법상 과태료 등 제재를 당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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