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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일 ‘오염수’ 정화설비 3개 중 2개, 최종허가도 없이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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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전 검사’ 합격 절차 건너뛰어

정화한 물 70%에서 방사성 물질

2018년 보고서에도 “성능 결함”


한겨레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은 탱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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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기 위해 가동 중인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 3개 중 2개는 일본 정부의 최종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시설로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어서, 안전성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일본 국회 누리집에 공개된 영상을 보니, 지난 14일 참의원 ‘자원에너지에 관한 조사회’ 회의에서 공산당 소속 야마조에 다쿠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제기하며 “알프스를 본격 운전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사용 전 검사’가 끝나지 않은 것이 맞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후케타 도요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할지 상당히 급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사용 전 검사’ 등의 절차를 건너뛴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야마조에 의원은 “8년 동안 시험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오염수) 처리를 위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규정에는 원자력 시설·설비의 경우 설치허가 기준, 공사계획, 보안규정 심사를 거친 뒤 기술기준과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사용 전 검사’에 합격해야만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런 규정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더 강화됐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2013년 3월, 2014년 9월과 10월 각각 가동하기 시작한 ‘알프스’ 중 첫번째, 세번째가 지금까지 ‘사용 전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최종 허가조차 받지 못한 채, ‘시험운전’ 상태로 오염수를 정화해온 셈이다.

‘사용전 검사’를 받지 않은 알프스에선 이미 여러 가지 결함이 보고됐다. 도쿄전력이 지난 2018년 10월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첫 번째 알프스는 요오드129, 루테늄106, 안티몬125 등 방사성 물질의 제거 성능이 부족하다고 적혀있다. 세 번째 알프스의 경우도 스트론튬90 등 제거 성능 지속 시간이 짧다고 언급돼 있다. 부실한 알프스로 1차 정화를 했기 때문에 후쿠시마 제1원전 물탱크에 있는 오염수의 70%에서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있었던 것이다. 맹독성 발암 물질인 스트론튬90의 경우 기준치를 최소 110배(최대 2만배) 이상 초과한 상태로 오염수에 섞여있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로 2차 정화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아래로 낮춘 뒤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시마 겐이치 류코쿠대 교수(환경경제학)는 최근 <닛칸겐다이> 인터뷰에서 “원자력규제위원장이 (알프스에 대해) 본격적인 운용을 위한 심사 절차를 마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시마 교수는 “오염수 처리 조건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를) 담당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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