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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툭하면 선고연기·변론재개…‘수원대 재판’ 시간 끄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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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20개월 동안 관련 수사 ‘잠잠’

“뭉개기 관행 수원대 사건서 노골화”


한겨레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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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세차례나 연기하고 변론재개결정을 반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한 번이면 몰라도 두차례나 변론재개를 하며 2년6개월 가까이 소송을 지연시키는 것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교육부 조사결과, 교비로 국회의원 후원금을 내는 등 13건 비리가 적발돼 학교법인 이사 전원이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 등을 받자, 수원대는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관련 처분은 4년째 집행정지 상태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소송 항소심은 지난해 6월 변론이 종결돼 애초 같은 해 8월 선고가 나왔어야 하지만 8개월가량 판결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재판장 강승준)가 선고기일을 세차례나 연기하고 그 사이사이 변론재개명령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사이트를 보면, 지난해 8월21일로 예정된 첫 선고기일은 9월4일로 연기됐고 이는 10월16일로 또다시 미뤄졌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 대신 직권으로 변론재개를 결정했다. 변론재개는 재판부가 원·피고의 변론을 다시 듣겠다는 것으로 판결이 아닌 심리를 다시 여는 것을 말한다. 이후 11월13일로 잡힌 변론기일은 또다시 세차례나 연기돼 12월8일에 열렸고 이날 변론이 종결됐다. 결국 재판은 해를 넘겨 올해 1월29일로 두번째 선고기일이 잡혔지만, 재판부는 이마저도 2월26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또다시 변론재개명령을 내렸다. 수원대 쪽을 대리하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 등이 1월26일 법원에 제출한 변론재개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3월12일로 예정된 변론기일은 이달 23일로 미뤄졌고 다시 심리를 앞두고 있다. 변론종결-선고기일-연기-변론재개-변론종결-선고기일-연기-변론재개의 반복이다.

한겨레

지난 2016년 2월, 20여가지의 사학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이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 전 총장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사돈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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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판결문을 쓰다 보면 심리미진을 발견할 수 있고, 변론을 재개할 수도 있다”면서도 “변론재개를 한 뒤에도 선고를 계속 미루는 것은 최대한 판결을 연기하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력 20년에 이런 재판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판부가 판단을 내리기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것은 이미 공정한 재판의 외형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대형로펌 변호사는 “행정처분이 집행정지된 경우 학교 입장에선 소송 지연이 유리하다”며 “선고기일을 미루며 두번이나 변론재개를 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이 사건의 경우 통상 시간이 더 걸리는 1심은 11개월 만에 판결이 났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에 나온 1심 판결에선 교비로 국회의원 후원금 등을 낸 사실 등 주요 쟁점이 인정돼 교육부가 부분 승소한 바 있다.

교육부가 2017년 처분한 다른 비리사학들은 대법원 판결까지 종결되는 등 후속조치까지 전부 마무리됐는데 오직 수원대만 재판이 진행중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난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교비횡령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7년이 걸렸다. 수원대 비리를 내부고발한 후 해직된 장경욱, 손병돈 교수의 손해배상 소송은 8년이 소요됐다.

<한겨레>는 고등법원 관계자를 통해 변론재개 사유 등에 대한 담당 재판부의 입장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

한편, 검찰은 수원대가 보유했던 <티브이(TV)조선> 주식을 조선일보가 비싼 값에 되사간 배임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20개월 가까이 피고발인 조사도 안 하고 있다. 전필건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은 “사돈지간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이 전 총장 사건들만 검찰·법원에 가면 감감무소식”이라며 “일반적인 뭉개기와 비교해도 너무 노골적”이라고 했다.

오승훈 조윤영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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