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1 (금)

미래 전력망 책임질 ‘가상발전소’가 뭐길래… 테슬라·한화도 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글로벌 석유기업 로얄더치쉘은 지난 2월 유럽 가상발전소(VPP) 운영사 넥스트크라프트베르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유럽 8개국에 분산되어 있는 1만여개의 태양광, 수력, 바이오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발생하는 전력 수요를 통합·관리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쉘은 "이번 인수로 쉘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지금의 2배 규모인 560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비즈

테슬라가 남호주에 구축 중인 가상발전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서 전력망이 기존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는 석탄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전력을 중앙공급식으로 전달해왔다면, 앞으로는 각 지역에서 소규모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명 ‘스마트그리드’라고 불리는 차세대 전력망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융합된 형태다. 태양광의 경우 개인이나 기업이 소규모 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 뒤 남은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시장에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다만 전력망이 개인과 지역 중심으로 분산되면 이전처럼 한 눈에 전체 전력 수요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앞으로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ESS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로 통합한 뒤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함형도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국가별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전력망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PP 도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VPP 관련법을 제정했다.

조선비즈

조선비즈 그래픽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VPP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분산된 전력 소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그때 그때 필요한 전력만 생산하는 맞춤형 발전사업이다. 특히 태양광·풍력 발전은 계절이나 날씨,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이 특징이라 정교한 수급 예측이 필요하다.

한화솔루션(009830)은 최근 유상증자와 그린본드 발행으로 조달한 1조5000억원을 차세대 태양광·수소 기술은 물론 VPP 사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미 에너지 소프트웨어 업체 그로윙 에너지 랩스(GELI·젤리)를 인수했고, 향후 VPP 관련 기술 업체의 추가 인수에도 나선다. 젤리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태양광 발전설비와 ESS를 제어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한화솔루션은 젤리 인수를 계기로 태양광 모듈만 파는 사업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패키지 형태로 고객에게 임대하는 사업까지 영토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정집에 설치된 태양광으로 생산하고 남은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한 VPP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는 2023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기업들이 VPP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을 파는 것보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거나 이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미 전기차 회사 테슬라도 2022년까지 호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VPP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테슬라는 남호주 5만여개 주택에 250MW급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력 생산과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업에는 총 8억달러가 투입된다. 테슬라는 이달 초 미 스웰 에너지와 손잡고 뉴욕 퀸스 지역에도 VPP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VPP 사업을 통해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고, 평소 남아도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정전 등의 비상 상황에 쓸 수 있어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