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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내달부터 개인 공매도 시장 117배 커진다… "큰손 먹잇감" 우려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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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앞두고 '개인대주제도 개선책' 발표
투자 경험 따라 개인투자자 한도 차등
"상승장선 손실 가능성… 개인 감당 리스크 커 지적도"
한국일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준비현황 및 증시동향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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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투자 기법으로 기관 등 큰손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도 대폭 개방된다. 단, 공매도를 처음 접하는 초보 투자자는 3,000만 원 이내에서만 투자를 할 수 있다.

개인이 과거보다 공매도에 쉽게 뛰어들 기반은 마련됐지만 자칫 '공매도 베테랑'인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공매도 부분 재개를 앞두고 '개인대주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주가 급락 당시 금지됐던 공매도는 다음 달 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 풀린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팔고, 실제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가격에 사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금융위는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독점하다시피 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은 공매도 시장을 개인에게도 더 개방하기로 했다. 증권사 등이 개인투자자에 매도증권을 대여해주는 대주 규모는 공매도 금지 전 205억 원에서 2조4,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공매도 투자 가능 규모가 117배 커지는 셈이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창구인 대주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공매도 금지 전 6개사에서 28개사로 늘어난다. 전산개발을 마친 17개사에선 다음 달부터 공매도를 할 수 있고 나머지 11개사는 연내에 대주서비스를 갖출 예정이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경험에 따라 투자 한도가 달라진다. 공매도를 처음 접하는 1단계 투자자는 3,000만 원, 거래횟수가 5회 이상이면서 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 원 이상인 2단계 투자자는 7,0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거래 기간 2년을 넘는 2단계 투자자나 전문투자자는 거래금액을 제한받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는 기관·외국인과 달리 최장 60일의 공매도 차입 기간을 보장받는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증권사가 주식을 돌려달라고 요구해도 60일 동안 버티면서 차익 실현 시점을 따져볼 수 있다.

금융위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장에서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인 만큼 상승장에선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매도 초보 투자자는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가 각각 제공하는 사전교육 30분, 모의거래 1시간을 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가 감당하기엔 공매도 투자에 따른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정보력, 자금력, 투자기법 등에서 우월한 공매도 시장을 개인투자자에게 여는 건 시기상조"라며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작전을 짜면 각개전투를 하는 개미들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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