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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국산 코로나19 백신 성패 쥔 글로벌 임상…제넥신, 인니·남아공 임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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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3상 하려면 2만~3만명 필요
국내선 대규모 모집 어려워 글로벌 임상 필수
백신 개발 나머지 4개社, 아직 뚜렷한 계획 없어

조선비즈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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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해외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산 백신의 신속한 보급이 절실해졌다. 국내 개발사들이 이르면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2만~3만명 대상의 글로벌 임상 속도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넥신(095700), 셀리드(299660), 진원생명과학(01100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유바이오로직스(206650)등 5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부분 연말이나 내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임상 3상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피시험자 수십, 수백명이 필요한 1, 2상과 달리 3상은 통상 2만~3만명이 필요해 국내 임상만으론 진행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신 임상은 건강한 사람에게 백신 후보물질이나 위약을 투여하고 일정 기간 일상생활을 하게 한 뒤, 그 기간 코로나19에 감염된 비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은 미국, 유럽 등보다 인구가 적어 임상 모집에 불리하다. 백신 개발 사례가 선진국보다 드물어 국민들의 임상 참여율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시험자를 모집해도 인구의 감염률 자체가 해외보다 낮아 백신과 위약의 감염률 차이를 확인하는 일도 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글로벌 임상이다.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면서 글로벌 임상이 더욱 중요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이미 상용화된 백신도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에 무력화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변이의 발원지인 남아공에서 다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이들과 격차를 좁히려면 출시 전부터 변이 효능을 확인하고 무력화됐을 경우 사전 대응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글로벌 임상을 얼마나 빨리, 수월하게 할지는 각 기업의 역량에 달렸다. 정부는 임상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해외 임상 데이터를 국내 허가 절차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직접 해외에서 기업들의 피시험자 모집을 도와주지는 못한다. 기업들이 각자 가진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파트너사, 의료기관과 협력하고 피시험자를 모집해야 한다.

국내 5개사 중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제넥신은 인도네시아부터 공략하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이자 메이저 제약사인 ‘칼베 파르마’는 지난달 자국 보건당국에 제넥신 백신의 임상 2/3상 시험 신청을 했다. 제넥신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손잡고 남아공 임상도 추진한다. 지난 12일엔 파스퇴르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파스퇴르연구소가 가진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할 방침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남아공 외에도 변이 바이러스가 많이 확산하는 나라 위주로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하는 3상 시험의 규모는 총 3만명이다.

제넥신 외 기업들은 아직 뚜렷한 글로벌 임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아직 1상 시험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제넥신과 같은 2a상 단계에 진입한 셀리드도 마찬가지다.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제넥신과 속도전을 벌이고 있지만, 글로벌 임상 추진이 늦어질 경우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셀리드는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제안으로, WHO가 3상 시험을 대신 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한 관계자는 이날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정해진 건 없다"며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먼저 (임상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계획 중인 피시험자 규모는 3000~4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셀리드가 이 규모로 3상 시험을 하게 될 경우 현재 정부 차원에서 도입을 논의 중인 ‘면역대리지표(ICP)’ 방식을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ICP는 이미 상용화된 백신과 효능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이다. 임상 3상의 규모를 수천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글로벌 임상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에 환영받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도 ICP가 도입될 경우 3상 시험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내 도입 여부와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해외 코로나19 백신과 국내 후보물질을 비교하는 이 방식은 WHO가 먼저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피시험자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이상반응 등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달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청, 식약처, 외교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ICP 확립 태스크포스’를 출범해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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