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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반년 만에 달라진 ‘진압군이 본 5월’…뮤지컬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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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 당시 비판 보완

25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


한겨레

뮤지컬 <광주>의 한 장면.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독재 권력에 맞서 항쟁한 광주 시민 이야기를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이다. 라이브(주)·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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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독재 권력에 맞서 항쟁한 광주 시민 이야기를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 <광주>가 5월을 앞두고 다시 관객과 만난다. 지난 13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개막해 25일까지 공연한다.

지난해 10월 초연한 <광주>는 군복 대신 평상복을 입고 시민들 사이에 침투해 시위 정보를 캐내는 특별부대(편의대)원 박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국가 공권력의 계략에 굴복하지 않는 시민들을 지켜보며 고뇌한다. 시민군의 희생을 막고자 무기를 내려놓자고 설득한다. 고선웅 연출은 “제3자를 투입해 객관성을 확보해야 그날의 광주를 온전히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발 뒤로 물러난 시선으로 비극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박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초연 당시 이를 두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 시민이 아닌 외부자의 시선으로 광주의 아픔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계엄군을 미화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고 연출은 지난 15일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기자회견에서 “초연을 하고 나서 관객 리뷰를 다 본 뒤 문제가 됐던 부분을 개선하고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공연에선 일부 장면이 바뀌었다. 초연에선 광주와 전혀 연관이 없었던 박한수의 고향을 광주로 설정했고, 마지막에 박한수가 40년 만에 편의대의 진상을 폭로하며 도청에서 죽은 이들에게 사죄하는 장면을 삽입했다. 박한수가 어린 시절의 광주를 추억하는 ‘여기 서서 생각해’와 ‘지키지 못한 약속’ 등 노래 두곡도 추가했다.

한겨레

뮤지컬 <광주>의 한 장면.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독재 권력에 맞서 항쟁한 광주 시민 이야기를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이다. 라이브(주)·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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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장면은 초연과 달라졌지만, 작품 전체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재자는 물러가라, 훌라훌라~. 구속자는 석방하라, 훌라훌라~.” 광주 시민들은 계엄군 총구 앞에서 손잡고 빙글빙글 돌고 발을 구르며 ‘훌라훌라’를 노래한다. 총탄이 위협하는 엄혹한 그날의 광장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우정 작곡가는 “광주 현장에서 시민들이 불렀던 노래를 통해 1980년대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신선호 안무감독은 “(‘훌라훌라’를 통해) 나약한 존재들의 응집력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고 연출은 “<광주>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지난해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딛고 일어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극을 슬픔으로만 다루지 않고, 당시 상황을 통해 광주의 본질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광주>는 서울 공연을 마친 뒤, 5월에는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광주 시민들이 초연 때와 달라진 <광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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