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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美 아프간 철군, 취약해지는 대테러 첩보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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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정보망 구축한 CIA도 떠날 채비
"'재래식 군 지원 없는 첩보 활동 제한적"
바이든으로선 철군 결정 불가피 주장도
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군이 14일 동부 낭가르하르주에 미군이 썼던 군기지를 정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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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완전 철수를 발표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두고 계속 잡음이 나오고 있다. 이번엔 아프간 철군으로 중동지역 미 정보원이 대거 줄어 대(對)테러 대응 능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바이든 행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나 아직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 CNN방송은 18일(현지시간) 익명의 국방부 관리 등을 인용해 “아프간에서 미군을 모두 빼낼 경우 20년 이상 구축된 중앙정보국(CIA) 정보망이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군 특수부대원 수백명이 철수하면 CIA 관계자들도 아프간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군 관계자는 “무인비행기(드론) 공격 등 CIA가 임무를 수행할 때 현장 정보원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재래식 군대의 지원이 사라지면 정보수집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2011년 9월 9ㆍ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비호한다는 명분을 들어 그 해 10월 아프간을 침공한지 20년 만이다.

앞으로 현지 정보 수집이 원활치 않을 거란 점은 미 행정부도 잘 알고 있다. 복수의 소식통은 방송에서 “아랍에메리트(UAE) 등 우호 국가를 중심으로 대테러 임무와 관련한 미군 주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할 뿐, 첩보 활동 위축을 해소할 마땅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여러 논란이 불거졌지만 그래도 철군은 잘 한 결정이란 진단도 적지 않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9ㆍ11테러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면 이를 책임져야 하는 정치적 위험이 커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철군을 강행하려는 건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5월 1일 철수를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과 합의했던 터라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탓이다. 탈레반은 미국이 합의를 깨면 당장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해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그것(완전 철군)은 미국 정부가 만든 합의였고 무언가를 의미한다”며 기존 합의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에둘러 설명했다.

아프간 테러 위협이 더는 미국의 안보 1순위가 아닌 정세 변화도 고려됐다. WP는 “중국ㆍ러시아 공격, 기후변화, 세계 공중보건 등 다른 위협을 감안하면 아프간이 2001년처럼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우선 순위는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이는 철군 지지 여론이 형성된 이유기도 하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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