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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직장서 당당히 내 몫 요구… 기업문화도 바꾼다 [‘변화의 중심’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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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공평에 민감… 불공정 관행 못 견뎌

성과급 논란·사무직 노조 설립 등에 반영

세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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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계 대비 월급이 야박하다는 불만이 나오는데, 높은 분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를 위해서 함께 노력하자는 말을 하니 답답하죠.”

대기업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2)씨는 다른 회사로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4년 전 능력을 인정받아 중견기업에서 연봉이 높은 현재 회사로 옮겼지만, 김씨가 생각하는 회사 분위기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환산하면 월급이 전혀 많은 수준이 아니라”며 “지방으로 출장 가기 위해서 새벽 6시부터 출근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주말에도 고객들이 수시로 걸어오는 전화를 감당하느라 내 삶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차장이나 부장들은 ‘나 때는 그 정도는 다 했다’고 말하는데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며 “열정을 명분으로 노동을 ‘착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럴 바에야 돈을 적게 받더라도 내 일상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MZ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면서 기업문화를 바꾸고 있다.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이 없다. 이들은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공정과 평등에 민감하다 보니 회사 관행이 조금이라도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면 개선을 요구하거나 미련없이 그만둔다. MZ세대의 이 같은 특징은 최근 성과급·임금 논란과 사무직 노조 설립 등에 반영됐다.

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불거진 ‘성과급 논란’은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했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 입사 4년차 직원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전 구성원에게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항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 시초였다. LG전자에서는 사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동일업종 대비 낮은 연봉을 두고 익명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졌고, 결국 사무직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주축이 돼 노조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재직 기간이 8년 미만인 젊은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도 지난 7일 사무직 노조를 설립했다. 공정한 성과 측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그간 생산직이 주축이 된 임금 및 단체협약에 젊은 직원들의 요구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서는 경영 일선에 MZ세대의 문화를 반영하려는 움직임 뚜렷하다. 주요 기업 구성원의 대다수가 MZ세대로, 이들과 소통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사내 직원들과 격 없이 얘기를 나누는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그룹의 현안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SK하이닉스에서 불거진 성과급 논란 당시에도 회사는 내부소통 강화를 약속하고, 성과급 체계 개편에 신속하게 착수했다. 현대오일뱅크와 LG유플러스 등 주요 기업들은 ‘리버스멘토링’을 도입했다. 리버스 멘토링은 MZ세대인 젊은 직원들이 임원들의 멘토가 돼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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