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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시장에 배신 당했다" 집값 규제에 밀리자 재건축단지들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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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토지거래허가 구역 확대 등 집값 잡기 예방책 선시행에 동요...재건축 속도전 '투트랙 전략' 해석도]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공시가격 현실화 공동논의를 위한 5개 시도지사 협의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4.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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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단지들의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예방책' 마련에 나서면서 압구정,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당황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영향 자체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집값 잡기 예방책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규제 완화 공약 이행은 뒷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집값 안정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 재건축 규제 완화에 앞서 시행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최근 주택건축본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택 공급은 속도가 중요하고,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선거전 "당선되면 일주일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규제를 풀겠다"던 공약에서 "일주일은 의지의 표현", "예방책 우선" 등으로 돌아선 셈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기대를 걸고 오 시장에게 표를 몰아줬던 주요 재건축 단지이 동요하고 있다. '배신당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목동의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 구역 확대 등의 소식이 나온 직후 주민들이 모여있는 카톡방에서는 '오 시장한테 배신당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며 "재건축에 힘을 쏟겠다는 공약을 믿었는데 오히려 규제 먼저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논의를 거듭해가면서 오히려 재건축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일수도 있으니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목동 1~6단지가 속해 있는 목5동은 양천구 내에서 오 시장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동이다. 목동의 경우 현재 6단지만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최종통과했고 대다수 단지들이 정밀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거나 결과 대기 중에 있다. 하지만 지난달 11단지가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하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돼 주민 불안이 높아졌고, 이후 오 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조합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선거 전에는 시장이 되면 '일주일 안에 규제완화한다'라고 까지 말했으면서 아직 구체적 언급이 없다"며 "오히려 일시적으로 튄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재건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민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방 실망할 일은 아니지만 시나 구에서 우리 단지 재건축 대해 아직 반응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잠실주공 5단지는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대어'로 손꼽힌다. 2017년 단지 내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하는 서울시 일부 심의를 통과해 최고 50층으로 재건축을 진행키로 했지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시 집값 급등 등을 이유로 서울시 건축심의 단계에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오 시장이 취임하면 즉시 수권 소위원회를 열고 사업시행 인가 등의 단계를 진척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는 입장이다. 잠실5단지가 위치한 잠실3동은 오 시장에게 78%의 압도적 표를 몰아줬다.

지난 19일 조합설립 인가가 난 압구정 재건축 3구역 주민들도 재건축에 속도를 더 내달라는 입장이다. 안중근 조합장은 "'묶을 부분은 묶더라도' 시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는 속도를 내줘야 한다"며 "우리 구역도 조합설립 인가가 났지만 시에서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를 내주지 않아 재건축이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규제 완화'나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의무 이행 촉구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16년 9월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한 뒤 결정·고시를 5년째 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지구의 밑그림격인 지구단위계획안 수립이 지연되면서 재건축 사업도 오랜기간 사실상 중단돼 왔다는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은 서울시 내 전체 동 중에서 오 시장 득표율(88%)이 가장 높았던 곳이다.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는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주택 거래 시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 간 매매나 임대가 불가능해 실거주해야 하지만 당장 팔고 나갈 세대가 많지 않은데다 실거주자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집값이 지나치게 급등해도 세금 부담만 커지는만큼 수용할만하다는 입장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오히려 규제 지역에 포함되는 것이 '집값이 많이 오를 지역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및 기간 연장의 효과는 사실상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및 연장이 실질적으로 가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공급확대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집 값 상승이 오 시장에게 부담되는 상황인만큼 시장에 행동하고 있다는 사인을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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