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 5년간 쪼개기 납부...미술품 등 '이건희 컬렉션' 기증
이 부회장 경영권 방어...삼성생명·SDS 등 지분 매각 가능성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유가족은 당장 막대한 상속세를 일시납부하지 않고 5년간 6회에 걸쳐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할 것이 유력하다. 앞서 구광모 LG 회장도 고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등을 물려받으면서 7200억원의 상속세를 연부연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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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등 유가족이 물려받을 상속 재산은 주식과 미술품 등을 합쳐 총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막대한 재산은 삼성 계열사 주식이다.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삼성 계열사 주식의 시장 가치가 24조원대로 예상된다.
여기다 미술품 애호가였던 이 회장이 소유했던 금동미륵반가상 등 국보급 문화재와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모네 등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 등이 총 1만3000점으로, 감정가만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부동산도 상당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 1245㎡(약 377평)의 공시가격이 431억원을 넘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부지까지 더하면 1조원을 상회할 수도 있다. 여기에 현금 등 예금성 자산도 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이 내야 할 상속세가 1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유가족 개별로 얼마씩 물려받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법적으로 상속 지분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9분의3,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자녀가 각각 9분의2다.
상속세를 연부연납하더라도 당장 오는 30일까지 2조원대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달 고 이 회장과 이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 1조342억원의 삼성전자 배당금을 받았지만, 나머지 1조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이에 삼성 유가족은 매년 2조원 이상의 납부 부담을 덜기 위해 고 이 회장의 미술품 등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문화계에 따르면 유가족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지역미술관 등에 서양미술품과 국보 등 문화재, 한국근대미술품 등 수천점에 대한 인수인계 작업을 이번 주중 마무리 할 계획이다. 기증 대상 작품의 가치는 1조원으로 추정돼 이를 제외하면 상속세 납부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다. 유가족이 삼성 계열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 현금화가 쉽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17.5%)과 삼성전자(0.7%)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쉽사리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에 손대기 쉽지 않다. 이에 지분 매각 후보로 거론되는 계열사 중 하나가 고 이 회장이 지분 20%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해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배 구조상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이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S의 지분 매각도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유가족의 삼성SDS 지분율은 17.01%다. 이를 정리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을 통해 그룹을 지금처럼 지배할 수 있다.
현재 수감된 이 부회장 입장에서 가장 손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신용대출이나 주식담보대출이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출 이자를 낮게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상속세 문제와 관련, “유가족이 전적으로 결정할 일”이란 입장이다. 다만 삼성은 다음 주 초,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등 구체적인 상속 내용과 상속세 납부 방식 등을 유가족을 대신해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충수염으로 입원할 당시 변호인단과 함께 유가족이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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