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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플로이드 목누른 경찰 살해유죄…바이든 "아빠가 세상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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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건 11개월 만에 재판

배심원단 "3급 살인 등 3개 혐의 유죄"

백인 경찰, 9분 넘게 무릎으로 흑인 목 눌러

바이든, 유족에 전화 "아빠가 세상을 바꿨다"

중앙일보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은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이 20일 법정에서 배심원단 평결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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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9분여 동안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 전 경찰관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무죄 평결이 날 경우 항의 시위와 소요 사태에 대비해 잔뜩 긴장하고 있던 미국 전역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평결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정에 있는 플로이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바이든은 "나는 '우리 아빠가 세상을 바꿀 거야'라는 지아나(플로이드의 딸) 말을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이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오늘은 미국에 정의의 날"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헤너핀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20일(현지시간) 전직 경찰관 데릭 쇼빈(45)에 대해 2급 살인(우발적 살인),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3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2급 살인은 최고 40년형, 3급 살인은 최고 25년형, 2급 과실치사는 최고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모든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공권력 남용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근무 중에 용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유죄 평결이 내려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재판장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읽어내려가자 쇼빈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마스크를 써서 표정은 관찰되지 않았다. 법정 밖에서 시민들은 "정의가 실현됐다"며 환호하고, 차량은 경적을 울려댔다. 이날 평결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배심원단은 지난 3주간 진행된 재판을 지켜본 뒤 전날부터 이틀간 10시간의 숙의 끝에 유죄를 평결했다. 검찰은 다양한 목격자와 전문가를 증인으로 세워 쇼빈의 무릎이 플로이드의 기도를 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변호인은 플로이드가 약물 중독이었으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쇼빈의 행동이 플로이드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범죄를 입증해야 할 의무가 검찰에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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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관에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를 그린 벽화.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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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건은 숨지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과 목격자 등 증거가 많았기 때문에 유죄 평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근무 중 용의자가 숨진 사건에서 경찰관에게 유죄가 선고된 선례가 많지 않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 플로이드 사망 때까지 약 15년간 근무 중 총격으로 인한 살인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찰관은 5명에 불과했다. 한 해 1000명 정도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상황에서 턱없이 적은 숫자다.

2015년부터 경찰 총격 사망 사건을 집계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약 5000명이 사망했다. 쇼빈은 미네소타주 역사상 근무 중 사망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두 번째 경찰관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 개 혐의가 아니라 세 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로 나와 우리 모두 안도했다"고 전했다. 판결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는 "지금은 중대한 변화의 순간이 될 수 있다"면서 경찰 개혁과 구조화된 인종차별을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은 전날 이번 재판은 "증거가 압도적(overwhelming)"이라면서 "올바른 판결이 나오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배심원단이 평결을 앞둔 시점이어서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쇼빈에 대한 형량은 판사가 양형 조사 과정을 거쳐 결정한 뒤 최종 선고할 예정이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 한 상점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플로이드의 양손을 결박하고 도로에 엎드리게 한 뒤 쇼빈은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9분여 동안 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면서 고통을 호소하다가 "엄마"를 부르며 세상을 떠났다.

이 장면은 10대 소녀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경찰 공권력 남용과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촉발했다.

BLM 시위는 세계적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확대됐다. 이를 계기로 흑인 등 유색인종의 투표 참여가 늘면서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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