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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동훈 땐 뭉개더니 본인은 신청…이성윤의 심의위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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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출금 수사 외압, 기소 심의위·자문단 동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검찰에 전문수사자문단 및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의 기소 타당성 여부에 대한 외부 시민과 전문가 판단을 받겠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놓고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앞두고 검찰 기소를 최대한 늦추려는 노림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수장이 본인의 기소를 막기 위해 법률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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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검찰에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2020년 1월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사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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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지검장, “표적 수사 염려”



이 지검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검찰청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함과 동시에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 측은 “이 지검장은 그동안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해 부당한 외압을 가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렸다”며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수사 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 내용이 수사팀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고, 이는 편향된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 나머지 성급하게 기소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고 했다.

또 “외압이 있었다면 그 실체가 누구인지를 철저하게 밝힐 필요가 있음에도 수사팀은 오로지 이 지검장만을 표적 삼아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도 염려된다”고 강조했다.

수사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다. 현직 검사와 대학교수 등 검찰 내외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심의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수사의 계속 여부나 기소·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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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검찰에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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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장 추천 앞두고 시간 벌기”



이들 제도는 모두 권고적 효력만 있다. 검찰이 자문‧심의 결과를 따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 지검장이 수장에 오른 이후 서울중앙지검도 수사자문단이나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가 있다. 일례로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의 신청으로 지난해 7월 열린 수사심의위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 지검장과 ‘정진웅(현재 광주지검 차장검사) 수사팀’은 이를 무시하고 수사를 강행했고 9개월째 불기소 결정을 미루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사건으로 신청한 수사심의위도 과반수로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무시하고 같은 해 9월 기소했다.

그런데도 이 지검장이 이 제도를 활용하는 건 검찰의 기소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 소집 및 논의에는 시간이 걸려서다. 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는 신청 후 결론이 나올 때까지 통상 2∼3주 이상 소요된다. 이 지검장이 이날 수사자문단·심의위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대검찰청과 수원지검은 관련 절차에 착수한다. 이와 관련 수원고검은 이날 “대검에 신속한 수사심의위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통상 지방검찰청에서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절차는 생략했다. 수원고검은 “부의심의위 구성, 심의, 의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8조(검사장의 위원회 소집요청) 제1항에 따라 수원고검장이 직접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끄는 이유는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검장은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건 큰 걸림돌이다. 한 검찰 간부는 “차기 총장 추천이 있기 전에 기소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돌연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이 검사장은 그간 4차례의 소환통보를 모두 거부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오는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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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전주지검 군산지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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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기소 막으려 사회적 약자 위한 제도 활용”



이 지검장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서 자신의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이제 와서 수사자문단 및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던 김종민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와 같은 제도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것”라며 “검찰 최대 조직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장이 자신에 대한 기소를 막고자 이를 활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로, 이런 전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차기 검찰 수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고위직 검사가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수사심의위를 열어달라고 하는 건 ‘자가당착’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인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혐의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이를 중단시키려 직권을 남용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남현‧정유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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