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5000만원대로 급락… ‘상투’ 잡은 2030 발동동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알트코인도 하루 새 20∼30% ‘뚝’

당국 위험성 경고에 일제히 추락세

비트코인 시총 1조 달러 아래로

도지코인 하루 새 20% 넘게 빠져

시장 혼란 가중에 美·英 등 규제

韓도 공정위서 불공정 약관 조사

은성수 사퇴 촉구 국민청원 등장

여권서도 공개적 반대발언 나와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80% 손실을 봐서 팔지도 못하고 있다.”, “저점이라고 생각해 어제 들어갔는데 벌써 30% 마이너스다.”

23일 온라인 가상화폐 토론방 및 오픈채팅방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하소연으로 가득했다. 비트코인은 물론 다른 주요 가상화폐 가격도 일제히 추락하면서 최근 ‘상투’를 잡은 2030세대들은 고꾸라지는 그래프를 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1비트코인이 565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3일 사상 처음 80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10일 만에 2500만원 이상 빠져 이날 오전 한때 5500만원대까지 내려갔고,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화폐)도 20∼30% 줄줄이 하락했다.

두 달 전 비트코인에 2000만원을 투자했던 직장인 신모(35)씨는 “올해 1억원까지 간다는 전망을 보고 투자했는데 최근 며칠 동안 쭉쭉 빠져 일도 못하고 잠도 못잤다”고 했다. 50대 직장인 박모(53)씨는 “용돈 벌 생각으로 최근 소액을 투자했는데 순식간에 수익률이 -30%를 넘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50% 이상 손실을 봤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일보

온통 파란불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한 직원이 시세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5000만원대로 급락했고, 일부 알트코인들도 20%대 급락세를 보였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가상화폐 폭락은 당분간 조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 속에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증세 제안, 국내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위험성 경고와 거래소 폐지 가능성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암호화폐(가상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현재 200개가 있지만 9월까지 등록이 되지 않으면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 후 가상화폐가 폭락하면서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30 투자자들이 “정부가 계층 사다리를 무너뜨렸다”며 문재인정부에 분노를 쏟아내자 여당도 가세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암호화폐를 투기도박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렇게 별다른 정책 없이 3년이 지난 지금,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고, 손실 보호도 할 수 없으며, 투자자들이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거래대금이 20조원을 넘기는 등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불어났지만 안일한 정부의 태도가 2018년 코인 폭락 때와 달라진 게 없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한국 가상화폐 시장이 중국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4월 들어 13일까지 5대 은행의 비거주자 중국 송금액이 9759만7000달러로 지난해 월평균보다 무려 950% 증가했다. 성 의원은 “암호화폐 관련 차익거래에 따른 송금액 증가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 단속·은성수發 후폭풍… ‘2018년 악몽’ 재현 공포감

이달 중순까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치솟던 가상화폐가 23일 급락세로 돌변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4분의 1토막이 났던 2018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마저 감돌고 있다. 급락세와 맞물려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둘러싼 후폭풍도 거세다.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23일 5만달러(약 5600만원)선도 흔들리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가상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7시50분(한국시간) 기준 4만9443달러 안팎에 거래됐다. 시가총액도 1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2월16일 처음으로 5만달러를 돌파했다. 1주일 전에는 6만4000달러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에서 잇단 경고음이 나오면서 하락 전환했다. 특히 미국 재무부의 ‘돈세탁 조사’ 루머 등이 퍼진 지난 주말에는 15%나 급락한 바 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가격이 급등했던 도지코인 가격도 하루 새 20% 넘게 빠졌다. 한때 500억달러를 넘어섰던 도지코인 시총도 300억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암호화폐 낙관론자인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 “커다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개당 2만∼3만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가상화폐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자 각국은 가상화폐를 정부 규제 안에 두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규제를 맡는다. 상품 성격이 강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CFTC가, 증권 성격인 다른 코인들은 SEC가 담당한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도 코인을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눠 각기 다른 규제로 대응 중이다. 일본은 정부가 승인한 가상화폐를 상장한 거래소만 운영이 가능하고 거래소의 이용자 보호의무를 법제화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4~6월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불공정약관 조사에 나선다. 특별단속기간에 맞춰 공정위는 국내에서 운영 중인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직권조사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불공정약관 조사는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세계일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암호화폐는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자산으로 보긴 어렵다”며 가상자산을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 보호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20~30%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투기로 가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 시장 과열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은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권에서도 공개적으로 은 위원장을 저격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이건 기성세대 잣대로 청년들 의사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며 “대체 무슨 자격으로 청년들에게 잘못됐니 아니니를 따지시는 겁니까”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가상화폐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자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희원·윤지로·이동수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azahoit@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