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5% 룰도 손보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일가의 상속세 납부·신고 시한이 코앞에 닥쳤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재용 사장이 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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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시한(30일)이 코앞에 닥쳤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해 10월 별세했다. 상속세는 고인 사망 후 6개월 안에 내야 한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일가의 상속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액수 때문이다. 시장에선 상속세가 12조~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는 삼성 일가가 상속세 납부에서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최고 65%에 이르는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회가 손을 대지 않는 한 현행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앞서 신세계, LG 등 다른 대기업 상속인도 같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사재 출연 약속도 이뤄지길 바란다. 이건희 전 회장은 2008년 비자금 특검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재산 가운데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승어부'를 말했다. 자식이 아버지보다 낫다는 뜻이다. 상속세 준법 납부는 삼성을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한 수조원대 '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를 국공립 미술관 등 공공기관에 기증하는 것은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이 부회장 등은 상속세 부담을 덜고, 대중은 귀한 작품을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에도 당부한다. 먼저 상속세율의 적정성을 따져보기 바란다. 명목세율(50%)도 높은데 거기에 최대주주 할증률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이른다. 현찰이 없는 상속인은 오로지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팔거나 주식 물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지분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한상의는 지난 2019년 국회에 낸 건의문에서 "최대 65%인 상속세 부담을 낮추고 10~30%인 최대주주 할증률을 인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속증여세법상 5% 룰도 낡은 규정이다. 이는 공익재단에 주식을 넘길 경우 5%까지만 세금을 면제하는 제도다. 이 룰은 과거 편법승계를 막는 장치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방해하는 요소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5월 대국민 사과문에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등 혁신기업 창업주들은 과거 재벌과 달리 경영권 대물림과 거리를 둔다. 그렇다면 차라리 5% 룰을 완화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이 롤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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