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그룹과 세금 당국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이 생전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상속재산 액수는 18조9633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이다.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한 수치다. 나머지 상속세액 1조원가량은 부동산 등 유산에 매겨진 것이다.
상속세에 비춰 이 회장이 남긴 유산 평가액은 앞서 확정된 18조원 이상의 삼성 계열사 주식과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 한남동 자택과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을 합해 약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재계는 12조원이 넘는 상속세와 이 회장의 사재 출연 1조원, 감정가만 2조원 이상으로 알려진 미술품까지 총 15조원 이상이 세금과 기부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 회장이 남긴 자산 평가액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 이 회장은 1987년 취임 당시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며 사회공헌에 대한 확고한 포부와 철학을 공언했고, 결국 영면 이후에 이를 대대적으로 실천하게 됐다.
삼성 측은 “취임 이후 삼성을 700배 가까이 키워 기업인으로서 최고의 성공 신화를 이룬 이 회장이 사후에도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했다”라며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준 의미있는 행보를 이어간 셈”이라고 평가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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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12조원, 작년 우리 정부 상속세 세입의 3~4배
이번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내야 하는 12조원의 상속세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라고 삼성 측은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선대와 비교해도 이번에 납부할 ‘이건희 상속세’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액 176억원의 무려 680배에 달한다. 당시에도 ‘이병철 상속세’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1988년 5월 당시 이건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유산 273억원에 상속세 150억원을 신고했으나, 국세청 조사에서 미신고 재산 36억원이 드러나 고지 세액이 늘어났다.
이번 이건희 상속세는 국내 최고 상속세액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앞서 2018년 11월말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고 구본무 회장의 상속인은 ㈜LG와 LG CNS 지분 등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신고했다. 2019년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인 조원태 회장 등은 2700억원 규모를 역시 분할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유족이 신고한 상속세액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롯데지주 등 국내 주식 지분 4500억원에 대한 세액 2700억원 등 국내 자산에 대한 상속세액만 4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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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삼성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재산의 60% 사회 환원
사실 이렇게 막대한 유산을 남기는 데까지는 이 회장이 30여년 전 공언했던 '초일류 정신'이 한몫을 했다.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이끌기 시작할 당시 삼성은 글로벌 무대에서는 존재감조차 없었고 우리나라에서조차 1등이 아닌 기업이었다. 하지만 그는 취임 당시 “삼성을 세계적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담대한 공언을 했고, 끝내 그 약속을 지켰다.
이 회장은 2007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라며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피력해왔다.
실제로 이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富)는 이번에 무려 1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의 상속세 납부로 이어지며 다시 사회로 돌아가게 됐다. 상속세로만 12조원 이상, 의료 공헌에 1조원, 미술품 기증 등을 통해 전 재산의 60% 상당을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1997년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 10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은 앞으로 선친의 철학과 이념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한뜻으로 힘을 합쳐 나갈 것이다. 기업이 국민경제에 공헌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친의 염원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고 선대에 이어 자신도 약속대로 사회공헌을 실천했다.
삼성 측은 “육신은 비록 이 세상을 떠났지만 고인의 따뜻한 인간애와 사회와의 공존공영의 철학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위대한 유산'으로서 살아 숨쉬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벌가 상속세, 대부분 분납제도 활용…주식 등 담보 필요
12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상속세는 아무리 삼성 오너 일가라 해도 한꺼번에 내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이 부회장 등 유족은 상속세를 오는 30일 2조원가량을 먼저 납부하고, 앞으로 5년간 총 5회에 걸쳐 분할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예정이다. 분납에 따른 가산금리는 작년까지는 연 1.8%였지만 지난달에 연 1.2%로 낮아졌다.
현재 LG와 한진 일가의 상속인이 연부연납제도로 나눠서 상속세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롯데가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상속세액을 일시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를 분납하려면 상속인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과세관청에 담보로 제공하거나, 보증보험기관의 납세보증보험증권 또는 은행의 납세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화재는 비과세이며, 공익단체 출연금 등 기부금은 상속세 계산에서 제외된다. 국외 자산의 경우 국외에서 상속세를 냈다면 국내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유족들은 이날 주식 분할 내역과 상속세 재원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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