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흑인 단체 '무브' 거주지 경찰 공격에 11명 사망
인류학 교수, 흑인 소녀 검시한 뒤 유골 계속 보유…사례연구 활용
흑인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시위 |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미국 동부의 명문대 그룹인 아이비리그에 속한 대학들이 36년 전 경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소녀의 유골을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학이 유족 동의 없이 유골을 인류학 사례 연구 등에 활용해 비난을 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한 인류학 교수는 1985년 필라델피아에서 발생한 이른바 '무브'(Move) 공격 사건 유해를 확인해달라는 의료 검시관의 요청을 받았다.
'무브'는 흑인 해방과 환경주의를 결합한 급진 단체다.
당시 필라델피아 경찰은 '무브'가 점령한 주택가에 대규모 총격과 함께 헬리콥터로 폭탄을 투하했고, 이후 소방국이 화재를 방치하면서 61채의 주택이 전소했다.
이 과정에서 '무브' 단체 회원 성인 6명과 어린이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의 검시를 맡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교수는 이후 유골을 돌려주지 않고 이 학교 인류학 수집품 등으로 갖고 있다가 2001년 프린스턴 대학으로 옮길 때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유골을 인류학 사례 연구 등에 활용하기도 했다.
유골의 신원은 정확히 확인된 적은 없지만, 당시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흑인 소녀 트리 아프리카(14)와 델리샤 아프리카(12)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무브' 회원들은 흑인 해방에 대한 집단적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 '아프리카'를 성으로 썼다.
대학 측은 그러나 소녀의 부모에게도 유골 사용을 허락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펜실베이니아대 |
지난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학 측의 이같은 유골 보유 및 활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다.
이에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교수진에 보낸 성명을 통해 사과했다.
대학은 "'무브' 회원 집에서 찾아낸 인간의 유해를 연구, 교육에 활용한 점에 대해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박물관은 아프리카계 가족과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 유해를 수집, 관리, 전시, 연구하는 관행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 측은 "인간 유해는 한때 살아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존엄성과 존경심을 가지고 이를 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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