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까지 임기가 걸쳐 있는 김 원내대표의 책임은 그야말로 막중하다. 안팎으로 큰 과제가 널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후 당 대표 등 신임 지도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표권한대행까지 맡아 당의 단합을 도모하는 것이 일단 급하다. 당은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탄핵 부정ㆍ불복 주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과거 적폐수사 비판 등 민감한 이슈로 분란을 겪으며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 조짐까지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승리에 취해 성찰 없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 원내대표는 지도부가 꾸려질 때까지 가교 구실을 하면서 혼돈을 정리하고 앞으로 원내 전략에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서병수 의원의 탄핵 부정 발언은 다름 아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왔다. 국민의당과의 통합도 새 지도부와 함께 다뤄야 할 중대 의제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자강론을 강조하는 만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생각과 똑같이 시간을 두고 추진하면서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숙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원내대표는 안 대표와 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개인적으로 연락할 만큼 가깝다. 김 원내대표는 야권의 잠재 대권 주자로 간주되는 윤석열 전 총장과도 대학 선후배 사이로 소통 채널을 열어 놓고 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을 포함한 당내 대선 주자군 경쟁 관리와 빅텐트 환경 조성을 통해 대선 체제를 갖추는 것 역시 자신의 주요 책무로 설정한 상태다. 홍준표 전 대표 등의 복당 여부에 관해서도 단안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닥칠 것이니 복안이 요구된다.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 운영에 관한 최고 권한을 가진 원내대표 본령으로 보면 174석의 거대 여당을 상대로 어떻게 경쟁하고 협력할 것인지가 단연 관심이다. 김 원내대표는 일성으로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입법 독주를 막겠다는 결기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전부 반대', '무한 투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수권정당을 지향하는 공당으로서 싸울 땐 싸우더라도 타협할 땐 타협하는 용기와 지혜를 가져야 마땅하다. 당면한 원내 현안으로 그는 코로나19 백신, 부동산,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여야가 당력을 모아 접종 속도를 높이고 백신 확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미국에 사절단을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여ㆍ야ㆍ정 주택문제 협의체 구성, 세금 투입에 의한 공공 부문 일자리 최소화, 민간 부문 투자 활성화도 강조했다.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나쁘지 않은 신호다.
앞서 카운터파트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또한 코로나 방역과 민생 회복을 앞바퀴로 하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뒷바퀴로 하여 나아가겠다고 했다. 교집합인 방역과 민생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 경쟁을 하며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대치가 심화하는 가운데 견해차가 크고 정치적 갈등이 심한 이슈를 두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 걱정이다. 당장 윤 원내대표는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내정하는 등 원 구성 재협상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돌려주지 않는 건 폭거라고 맞선다. 그렇다고 김 원내대표가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감정적 대립은 다른 현안을 둘러싼 대화와 타협에 악영향을 끼칠 게 뻔하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참고인 명단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조국흑서' 저자들을 포함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여당이 동의했다. 달라진 모습이다. 여야가 상생과 포용의 자세로 역지사지하면 더 나은 의회정치를 못 할 것도 없다. 윤-김 파트너십은 좋은 변화의 촉진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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